전세에서 월세로 주택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상황에서 전·월세의 과도기적 형태인 준전세 거래량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은 월임대료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어 전세를 준전세로 돌리고, 세입자는 순수월세나 준월세보다는 매달 나가는 지출이 적어 선호한 결과로 분석된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임대료의 240배를 넘는 경우다. 가령 50만원이 월임대료라면 보증금은 1억2000만원이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월세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보증금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전세에 가까운 월세 임대차 방식이다. 보증금이 월임대료의 12배 이하면 순수월세, 보증금이 월세의 12배 초과∼240배 이하면 준월세로 부른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1월 서울 전체 주택의 준전세 거래량은 3652건으로 지난해 1월 2583건 대비 41.4% 급등했다. 반면 다른 형태의 월세들은 모두 거래량이 줄었다. 월세 거래에서 준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0.4%에서 올해 27.0%로 6.6% 포인트 높아졌다.
준전세 거래량 증가에 힘입어 월세 총 거래량도 늘었다. 전세는 지난 1월 1만6292건으로 1년 전보다 18.3% 감소한 거래량을 보였지만 월세 거래량은 1만3567건으로 7.2% 증가했다. 지난달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4%로 지난해 1월 38.8%에 비해 6.6% 포인트 상승했다.
자치구별로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동대문구를 제외한 24개구에서 준전세 거래가 많아졌다. 전체 월세주택 중에서 준전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였다. 지난달 전체 월세 거래 1264건 중 41.1%에 해당하는 519건이 준전세로 거래됐다. 이어 송파구 39.7%, 양천구 39.1%, 서초구 36.9%, 강동구 30.1% 순서로 준전세 비중이 높았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집주인들은 전세 2년 계약이 끝난 뒤 전세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내놓는 추세다. 이에 준전세로 나오는 매물이 늘었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세는 매물을 구하기가 힘들거나 매매가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고, 순수월세는 월임대료가 부담돼 준전세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전세 집주인과 세입자가 재계약을 할 때도 준전세로 전환해서 계약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심화되는 전세난에 더해 최근 주택 구매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앞으로 준전세 거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다가온 월세시대… ‘準전세’가 대세로
입력 2016-02-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