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일본 정부와 아베 신조 총리의 반복되는 언행으로 한·일 관계에 또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군의 관여와 정부 책임을 인정한 아베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함으로써 역사적·국제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어서다. 이러다 한·일 합의가 사문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본 정부는 오는 15일 제네바에서 개막하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제63차 회의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확인할 수 있었던 서류 어디에도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그동안 강제동원을 뒷받침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과 국내외 자료들이 숱하게 공개됐다. 이러한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들을 무시하고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아베정부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파렴치한 짓이다.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또 울리는 아베정부의 역주행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부의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외교부 명의의 입장자료를 내 합의 정신과 취지를 훼손하는 언행을 삼가고,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 게 고작이다. 12·28 합의로 한·일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마당에 일본 정부가 우리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리 만무하다. 그럴 마음이었다면 애초 그런 터무니없는 답변서를 유엔에 제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합의 도출에 급급한 나머지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소홀히 다룬 정부의 책임 역시 작지 않다. 군과 정부의 관여는 인정하되 강제성을 부정하는 건 일본 정부의 오래된 입장이었다. 정부가 역사적 사실인 강제성을 합의문에 적시하지 못해 아베정부가 발뺌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일부 야당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합의 백지화 요구는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함부로 합의를 위반하고 훼손하는 아베정부에 마냥 끌려다닐 수는 없다. 최악의 경우 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대처해야 일본의 고질을 고칠 수 있다. 물론 그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사설] 日 정부, 위안부 관련 합의가 면피성 아님을 보여라
입력 2016-02-01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