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곡성)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대구 수성갑)의 당선 여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이 당선되면 지역주의의 벽을 넘는 값진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할 것이고, 설령 떨어지더라도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입을 모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역주의는 국민 통합을 가로막고 각종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상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념 갈등이나 계층 갈등도 지역주의와 만나면 더욱 증폭된다.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통해 가난과 독재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지역주의에 갇혀 있다. 경제를 일으킨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민주화 투쟁을 함께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역주의 앞에서는 산업화 세력이든 민주화 세력이든 모두 무력했다.
지역주의는 특정 정당에 묻지마 지지를 하게 하면서 민주주의를 퇴행시킨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율을 두고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어도 35%는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지역주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일국의 대통령에게 역대급 막말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지역주의의 속성을 정확히 지적한 측면도 있다.
지역주의는 또 상대 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나 반감을 갖게 한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월드컵 때 우리 국가대표팀 성적이 좋으면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이 불리할 것이라며 예선에서 탈락하기를 바라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이번 총선과 내년 대선이 끝날 때까지 경제가 좋아지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야당 지지자도 봤다. 때로 나라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생기게 하는 것이 지역주의다. 그래서 지역주의는 망국적이다. 유 전 장관의 말대로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하는 것이 지역주의라면, 반대로 지역주의 극복은 나라를 구하고 흥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의 출마는 지역주의 장벽에 구멍을 내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의원이 201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의미 있는 구멍 한 개를 뚫었듯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구멍을 더 뚫다 보면 언젠가 지역주의 장벽이 허물어질 날이 올 것이다. 지역주의를 허물 수 있다면 정치권의 어떤 시도나 사건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국민의당 창당을 비롯한 야권분열마저도 지역주의를 깨는 정치지형 재편의 성격을 띤다면 나쁜 일이 아니다.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든, 이에 따른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든, 지역갈등이든 지역차별이든, 이제는 극복해 나갈 때가 됐다. 그러지 않고서는 결코 높은 수준의 국가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 지역주의 장벽에 구멍을 내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 이번에는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이 출신 지역에 출마했지만, 다음에는 대구 출신의 새누리당 후보가 광주에서, 광주 출신의 더민주 후보가 대구에서 지지받는 일도 생기길 기대한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어쩔 수 없이 현행 소선거구제로 치르더라도 향후에는 중대선거구제나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제도는 호남에서 여당 후보가, 영남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제도다.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룬 이후 우리에게 국민적인 열망이 담긴 이렇다할 목표가 없는 듯하다. 물론 남북통일이 최대의 과제지만 당장은 지역 화합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역 간 갈등과 대립, 증오에서 벗어나 화합하고 타협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경제도 더 좋아지고 선진국 진입도 앞당겨질 것이다.
신종수 편집국 부국장 jsshin@kmib.co.kr
[돋을새김-신종수] 김부겸과 이정현
입력 2016-02-01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