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한국 낭자들이 개막전을 상큼하게 장식했다. 지난해 개막전에서 최나연(29·SK텔레콤)이 우승한데 이어 올해는 김효주(21·롯데)가 첫 테이프를 우승으로 끊었다.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을 둘러싼 한국 선수간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김효주는 1일(한국시간) 바하마에서 열린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마지막 날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공동 2위에 2타 앞선 최종합계 18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상금 21만 달러를 받은 그는 LPGA 투어 통산 3승을 기록했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김효주를 위협했지만 공동 2위(16언더파 276타)에 머물렀다.
우승 경쟁에 뛰어든 디펜딩 챔피언 김세영(23·미래에셋)은 9번홀(파4) 더블보기에 발목이 잡혀 루이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와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지난 시즌 한국 선수에게 밀려 준우승만 6차례나 했던 루이스는 새해 첫 대회에서도 또 다시 ‘준우승 징크스’에 울어야 했다.
2014년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카리 웹(호주)을 꺾고 우승한 김효주는 큰 기대를 안고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했다. 시즌 초반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순항하던 그는 시즌 후반 체력이 고갈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국내 대회에도 자주 모습을 보여야 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김세영에게 밀렸다. 이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태국에서 가진 동계 훈련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체력이었다. 오전에는 실내에서 근력과 지구력 운동을 병행했고 저녁에는 매일 5㎞를 뛰며 체력을 길렀다.
김효주는 한층 단단해져 이번 대회에 돌아왔다. 전날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를 시작해 14번홀까지 3타차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대회 코스 중 가장 어려운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냈고 그 사이 루이스가 1타차로 좁혀왔다. 위기에서 김효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2.5m에 떨어뜨린 뒤 곧바로 버디를 뽑아내며 루이스와의 격차를 2타로 벌렸다.
김효주는 이번 우승으로 올림픽 티켓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세계 랭킹이 지난주 10위에서 7위로 올라서며 한국 선수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올림픽에는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4명 이상의 선수가 포함된 나라는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김효주 위에는 2위 박인비(28·KB금융그룹), 5위 김세영(23·미래에셋), 6위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이 있고 9위 양희영(26·PNS)과 10위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바짝 쫒고 있다.
김효주는 “꼭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지만, 아직 더 많이 노력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올림픽 전까지 3승이 목표인데 이제 2승 남았다”고 의욕을 불태웠다.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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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1 21:24 수정 2016-02-02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