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사설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을 대선후보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전통적으로 뉴욕타임스는 진보, 워싱턴포스트(WP)는 중도 보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인다.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지지 선언을 하지 않겠다는 경우(2004년 LA타임스)도 있다.
미국 언론이 누구를 지지하든 공정성 시비가 심각하게 제기되지 않는 것은 사실(보도)과 의견(사설)의 분리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NYT는 논설위원들과 편집국 간부들이 후보 및 정책담당자들에게 설명을 듣고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WP의 보도는 독립돼 있지만 사설의 경우 어느 정도 사주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지 사설은 후보의 정책과 정치 이력을 나열하면서 공익적 관점에서 지지 이유를 명백히 밝힌다.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을 지적한다. NYT는 힐러리의 경쟁후보인 버니 샌더스에 대해 ‘폭넓은 경험이 없고, 실현 계획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썼다.
NYT는 2000년부터 앨 고어, 존 케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한 번도 지지 후보가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영향력이나 신뢰도가 떨어지거나, 정권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 여전히 미국 최강의 언론이다.
미국은 건국부터 20세기 초까지 언론의 당파주의가 극심했던 나라다. 정치인이 소유한 신문도 있었다. 언론·정치학자들은 도를 넘은 당파주의·선정주의 팽창이 역설적으로 객관주의 저널, 의견과 사실의 분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한다.
이제는 우리 언론도 대선후보지지 선언, 사실과 의견의 분리를 공론의 장으로 불러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언론인·언론학자·정치인들의 찬반을 분석한 논문들이 적지 않다. 공통된 우려는 언론의 공정성과 사실·의견 구분이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고, 유권자 수준이 낮아 편파성에 휘둘릴 수가 있다는 점이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한마당-김명호] 대선후보 지지 사설
입력 2016-02-01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