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개그-책-토크콘서트처럼 상담이 무대에 올랐다, 모두 위로 받았다

입력 2016-02-02 21:26
채선기 박사가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트스페이스노에서 상담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위쪽). 한성열 고려대 교수가 지난해 열린 심리학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마이트웰브, 만남과풀림 제공

뮤직 콘서트, 시네마 콘서트, 개그 콘서트, 북 콘서트, 토크콘서트…. 음악 위주의 콘서트 콘텐츠가 영화, 유머, 책에 이어 ‘수다’로 확장된 지 오래다. 기독교 문화예술 콘텐츠 네트워크 ‘마이트웰브’(mytwelve.co.kr)는 올해 상담을 무대 위에 올리는 시도를 한다. 상담자와 청중이 이야기 나누듯 상담하는 ‘상담콘서트’를 하는 것이다.

15세상담연구소 부소장인 채선기 박사는 지난달 28일 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트스페이스노에서 ‘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상담을 했다. “주인 집 아이가 바나나 먹는 것을 보고 동생이 자기도 먹고 싶다고 보챘다. 우리 집은 그걸 사 먹을 형편이 안됐다. 나는 동생 손을 잡고 가게에 가서 바나나향이 나는 과자 ‘바나나킥’을 대신 사줬다.”

그는 어린 시절 가장 가슴 아팠던 장면을 들려줬다. 30여㎡ 크기의 작은 공간에 20여명이 앉아 있었다. 모두 자기 마음속에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려봤다. 채 박사는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내러티브 방법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친근한 말투로 왜 우리가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무엇을 돌아봐야할지 얘기했다.

“남편이 시어머니와 지나치게 밀착돼 있는 것 같다. 자주 소외감을 느낀다.” 한 청중이 종이에 써낸 상담 내용이었다. 채 박사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이 이런 고민을 가진 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고효경 밴드가 음악을 들려주고, 주최 측이 그림을 선물했다. 강연, 상담, 음악이 결합된 콘서트였다. 채 박사는 2일 “처음 시도하는 형식인데 따뜻하게 잘 진행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상담이라고 하면 우리는 주로 분리된 공간에서는 하는 일대일 개인상담을 떠올린다. 상담콘서트는 강사와 청중이 대화한다는 점에서 일대다(一對多)의 집단상담에 가깝다. “우린 모두 거친 세상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힐링(Healing)이란 단어는 난무하지만 사람들이 진정으로 따뜻한 위로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지친 이들을 위해 아담한 공간에서 음악을 선물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채 박사가 설명한 콘서트 기획 취지이다. 상담콘서트는 매월 마지막 목요일 오후 7시30분에 진행되는 12회기 연중 프로그램이다. 무료다. 관계에서 시작해 의사소통으로 확장되고 마지막에는 자기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채 박사는 “청소년, 청년, 청소년을 둔 부모 등 다양한 분들이 와서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콘서트는 25일 같은 장소.

심리학자 한성열 고려대 교수는 다음달 2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선릉로 성암아트홀에서 심리학에 초점을 둔 토크콘서트를 연다. ‘성장이냐! 변화냐?’(가제)가 이번 콘서트의 주된 내용이다. 한 교수는 “인간은 신체적 면에서 발달, 유지, 퇴보 단계를 거치지만 정신적 면에서는 나이 들수록 성장할 수 있다. ‘청춘예찬’ 신화에서 벗어나 더 아름답고 보람차게 나이 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연 후 간단한 고민상담이 무대에서 이뤄진다. 감리교 권사인 그는 교회 강연도 자주 한다. 한 교수는 지난해 ‘괜찮아,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화와 친구 되기’ ‘아이구, 내 새끼!’ ‘중년, 나도 아프다!’ 등을 주제로 4차례 토크 콘서트를 했다. 일상의 감정과 관계에서부터 부모와 자녀의 관계, 생애주기 등을 다뤘다. 한 교수는 ‘심리학의 생활화’를 목표로 매년 3∼4차례 토크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교회누나’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jiyoun.company) 소장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연애에 대한 토크콘서트를 한다. 김 소장은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할 때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가 한 교회 강연에서 “형제님들, 자매님들 말에 어떻게 대꾸해야할지 모를 때 ‘진짜?’ ‘정말?’ ‘웬일이야?’ ‘헐’ ‘대박’이라고만 해보세요”고 한 조언은 큰 공감을 얻었다.

크리스천 개그맨 김제동은 2009년 12월부터 매년 전국을 돌며 시사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올해는 ‘노브레이크 시즌7’이다. 13∼14일 인천, 27∼28일 광주, 다음달 19∼20일 대전에서 진행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