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파주 은샘교회] “우리 지역 젊은이들 꿈·열정, 교회가 키우죠”

입력 2016-02-01 20:04
경기도 파주 은샘교회는 14년 동안 지역의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각종 장학사업을 펼쳐왔다. 지난해 열린 소년소녀가장 및 다둥이·다문화 장학금 전달식 모습. 은샘교회 제공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후 형편이 어려웠는데 교회 성도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주신 장학금을 받게 돼 감사합니다. 주변 분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사회, 그리고 저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키울게요.”

경기도 파주시 K고 2학년 이순영(17·가명)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파주 은샘교회(조승호 목사)로부터 소년소녀가장 장학금을 받았다. 은샘교회는 14년 동안 ‘우리 지역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을 응원합니다’라는 모토 아래 장학사업을 해왔다. 이양은 이 사업의 수혜자가 된 뒤 각오가 달라졌다. 나만을 위한 학업이 아닌 사회와 이웃을 위한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양은 부모 이혼의 충격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후군을 얻어 학업은 물론 교우 관계 등 학교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교회는 주일학교로 이양을 이끌어 악기 레슨과 심리치료 등을 통해 어엿한 청년 리더로 성장시켰다.

은샘교회는 성도들의 성금과 심방감사 헌금 등을 모아 2003년부터 매년 초·중·고생과 대학생 80∼100명을 선발해 소년소녀가장 장학금과 다둥이·다문화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총액은 3000만원이 넘는다. 교회는 초등학교의 추천을 받아 결식아동 20∼30명에게 급식을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한부모나 조손가정 아이들이다.

교회 성도들은 이들 아이로부터 “선생님을 통해 교회가 남모르게 급식비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쌀 한 톨,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감사히 먹겠습니다” “얼른 커서 교회 성도님들과 목사님을 돕는 훌륭한 어른이 되겠습니다” 등의 감사인사를 적은 쪽지 편지를 받을 때마다 자부심이 커진다고 한다.

은샘교회는 1983년 서울 양천구에 구선교회(구제하고 선교하는 교회라는 뜻)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2003년에 지금의 파주 교하읍 오도리 국도변 나즈막한 야산 자락으로 옮겼다. 50여 그루의 메타쉐콰이어 숲길 끝에 있는 교회의 전면에는 청년 리더 55명의 해맑은 모습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교회의 제1목표인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과 헌신’을 표방한 현수막이다.

2003년 70여명이었던 성도는 지난해 말 1000여명으로 늘었다. 이 중 장년 성도가 500여명이고 교회학교 학생 수가 500여명이다. ‘한국사회와 교회의 미래는 다음세대 교육에 달려 있다’는 조승호 목사의 목회철학이 일군 아름다운 황금비율이다.

조 목사는 “130여년 전 선각자와 외국 선교사들이 이 땅에서 일군 첫 사업은 교육(학교)과 구제(병원)였다”며 “우리 교회의 장학사업도 그분들의 뜻을 이어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땅의 소년소녀가장, 다문화·다둥이 가정 아이들이 커서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리더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들의 작은 소망”이라고 밝혔다.

파주=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