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미래 물 위기는 국제사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다보스 포럼이 발표한 2016년 글로벌 리스크 가운데 영향력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 실패’가 1위로, ‘물 위기’가 3위로 선정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 문제도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 패턴 변화로 중부지방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물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대처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안이한 것 같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국민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부처가 물관리를 담당하고, 행정구역별로 하천 관리가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분산된 물관리의 문제점은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물 관련 계획은 40개가 넘지만 계획 간에 위계가 없고,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하천 사업을 두고 부처마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추진하기도 하고, 계획이 중복되다보니 당연히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선진국들은 ‘하나의 하천, 하나의 계획(One Watershed, One Plan)’을 물관리 정책의 모토로 해 국가 차원 혹은 유역 차원의 통합적인 물관리로 이행했으며, 이를 위해 물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했다. 그나마 우리나라와 유사한 물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던 일본은 2014년 중의원에서 만장일치로 ‘물순환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물관리를 종합·조정하기 위해 총리실 산하에 물순환정책본부를 설치했다.
우리나라는 다원화된 물관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7년부터 현재까지 20여년 동안 9개의 물관리기본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도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발의됐던 법안은 부처 간 이견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고, 현재 제19대 국회 들어 물개혁포럼·국회 스마트 물포럼 등을 구성해 물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정치권이 합심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물관리기본법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물관리기본법은 빛을 보지 못한 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면 무엇이 바뀌게 될까. 첫째, 국가 차원의 물관리 정책의 철학과 방향, 비전을 세울 수 있다. 둘째, 국가의 물관리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부처별로 다원화돼 있는 물관리 기능들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통합해 물관리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현재 환경부는 환경부대로,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부대로 물관리 정책을 따로 추진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셋째, 유역 중심의 통합적 물관리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물은 유역을 단위로 순환하기 때문에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물관리를 하게 되면 갈등이 야기되기 쉽다. 취수원 이전으로 상·하류의 지자체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낙동강의 경우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물 문제가 국가 차원의 비상사태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해야 할 때다. 물 관련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다원화된 우리나라 물관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물관리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물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당사자인 물 관련 중앙부처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국회가 나서서 이번 회기 동안 물관리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물관리기본법 제정을 미루기에는 우리나라 물관리의 위기가 너무나 심각하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 소장
[기고-최동진] 물관리기본법 제정 시급하다
입력 2016-02-01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