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 스코트(30)가 나오는 최신 서부극을 봤다. ‘디아블로(Diablo)’. 스페인어로 ‘악마’라는 뜻이다. 붕어빵처럼 아버지를 닮은 스코트 이스트우드의 서부극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클린트의 젊은 날 모습과 그가 나왔던 서부극 생각이 났다.
악당들에게 습격당해 아내를 납치당한 뒤 추적극을 펼치는 남북전쟁 참전용사 이야기인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는 남북전쟁 때 북군 무뢰한들에게 아내와 자식을 잃고 복수극을 벌이는 클린트 주연 감독작 ‘조시 웨일즈(1976)’를 고스란히 연상시킨다. 그러나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주인공의 악마적인 분열된 자아가 출현하는가 하면 납치된 아내가 실은 납치자의 부인임을 암시하는 대사가 나오는 등 주인공 정체가 선악조차 불분명할 만큼 대단히 모호하다는 점에서는 주인공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불확실한, 역시 클린트 주연 감독의 초자연적 서부극 ‘평원의 무법자(1973)’를 떠올리게 한다.
스코트는 서부극의 아이콘이었던 클린트의 후광을 노린 영화업자들로 인해 50편도 넘는 서부극 시나리오를 받았으나 그중 이 영화를 골랐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독특한 플롯” 때문이었다고. 과연 그래선지 플롯이 매우 특이하다. 도대체 주인공이 선인인지 악인인지, 심지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도 알 수 없다. 결말 부분까지도 모호하다. 일부 평자는 “누가 결말을 설명 좀 해줘요”하고 원성을 지른다.
그러나 클린트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스코트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대단하다. 다만 풍기는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클린트가 이미 ‘전설’이 됐대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가 젊었을 때부터 이미 존 웨인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내뿜는 게 느껴졌다면 스코트는 그렇지 못하다. 하긴 생김새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해서 다른 것들까지도 대물림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그래도 스코트 앞날이 궁금해진다. 앞으로 좀 더 성숙해지고 노련해지면 아버지 뒤를 이어 ‘동림옹(東林翁) 2세’로 추앙받을 수 있을까.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56) ‘동림옹(東林翁) 2세’
입력 2016-02-01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