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베트남인 행방 묘연… 3주 전에도 국내 입국 시도

입력 2016-01-31 21:42 수정 2016-02-01 04:02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된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서 31일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이병주 기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입국한 20대 베트남 남성을 검거하기 위해 당국이 행적을 추적하고 있지만 사흘째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경찰대와 출입국관리소는 지난 29일 인천공항 보안구역인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를 통해 밀입국한 베트남인 A씨(25)가 공항에서 잠적한 이후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당국이 CCTV를 분석한 결과 A씨는 패딩 차림의 옷을 벗고 정장으로 갈아입은 뒤 걸어서 주차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공항을 빠져 나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교통수단은 특정되지 않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인천공항 출국장을 통해 밀입국했던 중국인 부부는 공항을 빠져나가 곧바로 택시를 타고 천안까지 달아났다가 택시가 특정돼 나흘 만에 검거됐다. 그러나 A씨가 공항을 빠져나갈 때 이용한 교통수단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국은 버스터미널과 지하철 환승역, 기차역 등의 CCTV를 분석하는 한편 밀입국 브로커 등 조력자가 차량을 지원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밀입국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자체 인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왔으나 A씨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자 경찰에 공식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9일 오전 4시57분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7시24분 공항 보안구역을 빠져나갔다. 밀입국하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27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A씨 잠적 사실을 통보받고 밀입국을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8시간이었다. 그가 환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는 통보를 항공사로부터 받은 시각이 오전 10시35분이고, CCTV를 뒤져 그의 탈출 장면을 확보한 게 오후 6시30분이다.

A씨는 지난 8일에도 출입국 과정에서 입국 사유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절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 50여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려 용의자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밀입국 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져 심각한 상황”이라며 “출입국 당국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와 탐문수사와 함께 통신수사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 스크린도어는 지문인식만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이었으나 잇따라 밀입국 통로로 이용되면서 허점을 노출해 지난 30일 폐쇄됐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