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주겠다”… 복면괴한들, 스웨덴서 난민아동 집단폭행

입력 2016-01-31 21:36
터키 서부 차낙칼레주 아이바즉 해안에 30일(현지시간) 난민선 전복 사고로 숨진 난민 소년의 시신이 놓여 있다. 터키 해안경비대는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향하던 난민선이 암초에 부딪히면서 침몰해 어린이 10명 등 40명 가까이 숨졌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유럽 곳곳에서 난민과 관련된 갈등과 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난민 아동들이 증오범죄의 대상으로 노출돼 우려를 사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은 30일(현지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검은색 복면을 쓴 괴한들이 난민 아동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피해자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100명가량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길거리를 떠도는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 어린이를 마주치면 마땅한 벌을 주겠다”는 내용의 선전물을 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전물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이번 사건은 지난 25일 스웨덴 서남부 묄른달 난민센터에서 10대 난민 소년이 센터 여직원 알렉산드라 메제르(22)를 살해한 사건에 대한 보복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톡홀름 경찰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폭력을 저지른 집단은 스톡홀름 축구팀과 관련된 훌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행범 중 네 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유럽의 반(反)이민 정서는 다른 나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영국 도버에서는 극우세력이 이민자 찬성 집회 참가자들을 공격해 유혈충돌이 발생했다. 역시 검은 복면을 쓴 이들은 이민자 찬성 집회 참가자들을 실은 버스에 피로 나치를 상징하는 갈고리십자가 문양을 그리고 창문을 부쉈다. 공격받은 이들 중 일부는 팔이 부러지고 안면이 찢어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용의자 일부는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상태다.

독일 우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는 불법으로 들어오는 난민의 경우 경찰이 사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비인도적이며 급진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난민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확산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시리아에 평화가 돌아오고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가 격퇴되면 난민들이 여기서 얻은 지식을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북동부 노이브란덴부르크에서 열린 소속 정당 기독민주당(CDU)의 집회에 참석해 “1990년대 독일로 왔던 옛 유고슬라비아 난민의 70%가 고국의 안전 회복 이후 돌아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럽의 달라진 기류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의 위험한 유럽행은 지속돼 이날 터키 서부 해안에선 그리스 레스보스섬으로 가던 난민선이 침몰해 39명 이상이 사망했다. 터키 해안경비대가 출동해 65명을 구조했지만 어린이 10명 등 40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이주기구(IOM)는 1월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기 위해 에게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이 최소 257명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부모 없이 유럽에 도착한 난민 아동들은 각종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유럽연합(EU) 범죄정보기관인 유로폴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유로폴은 난민아동 1만여명이 실종 상태이며, 조직적 노예·성매매의 피해자로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폴 관계자는 “이탈리아에서만 5000명가량의 어린이들이 실종됐고 스웨덴에서도 1000명 가까이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2만6000명의 난민 아동이 부모 없이 유럽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