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공포가 지구촌 가임기 여성의 건강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세계 곳곳에서 소두증 아기들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용태순(사진) 연세의대 환경의생물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소두증 공포에 대한 용 교수의 긴급진단을 소개한다. 용 교수는 연세의대 열대의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돼 소두증 아이를 출산한 경우가 매스컴에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북미나 유럽에도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만에 감염자가 확인됐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나 이로 인한 기형아 출산은 보고된 바 없다. 그러나 지난해 메르스 감염 확산 사태로 대혼란을 겪은 기억이 아직 생생한 시점이라 사람들은 매우 당혹스러워하는 듯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혹시 우리나라에서 메르스처럼 유행이 돼 감염자, 사망자를 내거나 소두증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중남미를 여행하다가 큰일 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심도 생길 수 있다.
사실 지카바이러스 감염은 감염병을 연구하는 국내 학자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병이다. 알려진 바로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처음 이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며 이후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서 감염자가 다수 발견되고 유행지가 형성돼 있다는 정도다.
감염자 중 일부에서 바이러스성 감기처럼 비(非)특이적인 증상, 즉 열이나 몸살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 대개는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의 경우 소위 머리가 작아져 생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는 소두증 아이를 출산할 수도 있어 경각심을 일깨운다.
지카바이러스가 어떻게 소두증을 일으키게 되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면역학적 설명으로 뇌나 신경계에 영향을 준다고도 하고 머리뼈가 제대로 자라지 않은 채 닫히기 때문이라는 등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은 매개 곤충인 이집트숲모기가 흡혈을 할 때 병원체에 노출된다. 근래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뎅기열과 병원체만 다를 뿐 감염경로와 매개체가 매우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바이러스가 병원체이며 모기가 매개한다는 점에서 토착형 유행병인 일본뇌염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모기는 겨우 피 한 방울을 빨 뿐이지만 말라리아를 비롯한 여러 감염병을 옮기는 매개체다. 작지만 무서운 곤충이라 할 수 있다.
다행스럽기는 소두증 유발 우려를 낳고 있는 이집트숲모기가 국내에 서식하지 않으며, 주로 열대지방에 적응한 종이라 겨울이 긴 우리나라엔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소수의 중남미 여행자가 현지에서 감염돼 들어올 수 있으나 호흡기나 소화기 감염이 아니고 주매개체도 국내에 없으므로 쉽게 유행을 일으키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메르스 사태 때처럼 큰 소란을 일으킬 위험은 적다고 생각한다. 바이러스 감염이므로 수혈이나 성관계 등 체액이 유입되는 경우 전파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단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라는 매개체가 일차적으로 필요하므로 그런 경우도 드물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경시하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우리나라 토종 모기인 ‘흰줄숲모기’가 이집트숲모기와 유사해 장기적으로 유행과 토착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는 뎅기열의 국내 유입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현재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을 막을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개인 차원의 예방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중남미 등 지카바이러스 유행지를 여행할 때는 모기 기피제나 모기장을 사용하든지 가능한 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다른 매개체 감염증과 더불어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도 유입될 경우를 대비해 검사실 내 진단방법을 정립해 각 의료기관에 알리는 등 만일의 사태를 경계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에 앉아서 막는 데 급급하기보다 나라 밖 사정을 모니터링하고, 세계적인 안목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연구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정리=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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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2 04:01 수정 2016-02-02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