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체제’가 출범한 뒤 당 지도부의 첫 지역 일정은 야권의 ‘심장부’ 광주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이었다. 4·13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복원하고 ‘친노(친노무현)’ 성향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은 취임 뒤 첫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31일 광주지역 기자들과 조찬간담회, 5·18민주묘지 방문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으며 전날에는 5·18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만찬을 갖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경력을 사과하는 등 지지를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선대위원, 5·18기념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민주묘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국보위 경력을 거듭 사과했다. 그는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묘에 절을 한 뒤 “사유야 어떻든 (폭력으로) 정권을 쟁취한 데 참여했는데 광주에 와서 보니 사죄를 드려야 되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며 “이분들의 뜻을 받들어 보다 많은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관현 열사의 묘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추모 글을 묵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이틀 연속 사과 발언을 이어갔지만 ‘5·18정신실천연합’ 등 일부 관련 단체 회원들은 민주묘지 추모탑 앞을 점거하고 김 위원장의 참배를 방해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들과 다른 5·18기념 단체, 민주묘지 관계자 사이에서 고성과 몸싸움도 오갔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참배는 20분가량 지연됐다.
참배를 마친 지도부는 광주 당사로 이동해 비대위·선대위 합동회의를 열고 광주의 지지를 호소했다. 박영선 비대위원은 “광주시민들의 바람은 분열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당으로 튼튼해지겠다”고 했다. 우윤근 비대위원은 “우리가 호남분들, 국민 모두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일어서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더민주를 향한 광주 민심은 아직까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더민주뿐 아니라 야권 전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박모(23·여)씨는 “더민주 후보는 찍지 않을 것 같다”며 “야권을 분열 상태로 만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모(73)씨는 “문재인이 분열 상황을 몰고 왔고 김종인도 새누리당 왔다 갔다 한 사람 아니냐”고 성토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당도 좀 이상하다. 새정치를 하지 못 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을 찍으려 한다”고까지 했다.
김 위원장 등 지도부는 오후 봉하마을로 발길을 옮겼다.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광주에서와는 달리 “김종인, 꼭 이겨야 합니다!”라며 응원하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권 여사는 이들을 환대하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주길 부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9일에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이희호 여사도 방문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의 전력을 둘러싸고 또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김용갑 상임고문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국보위 적극 참여 의사를 표시한 인사 명단에 포함돼 있었고 경제민주화 저작권자는 김 위원장이 아니라 남재희 전 민주정의당 정책위의장”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남 전 의장은 경제민주화 조항이 ‘김종인 조항’이라고 여러 차례 기고문까지 쓴 적이 있다”며 “국보위에는 당시 부가세 폐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해 가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광주·김해=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거듭 죄송” 5·18 묘역서 무릎 꿇은 김종인… 민심은 싸늘
입력 2016-01-31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