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울 때 대구·경북(TK) 의원들은 뭐 했느냐.”
친박(친박근혜) 핵심 최경환 의원이 지난 30일 대구 북갑에 출마한 하춘수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당 로고가 새겨진 빨간색 점퍼를 입고 연단에 선 그는 땀을 흘려가며 TK 의원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는 “내가 원내대표로 있을 때 야당이 대선에 불복하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발목을 잡을 때 충청, 강원 지역 의원들이 온몸으로 막고 나섰다”며 “대구 의원은 뭐 했고 경북 의원은 어디 있었나”라고 열변을 토했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이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4년 동안 한 게 없다는 질책이었다.
이어 “진박(진실한 친박)은 나라도 나가서 박 대통령을 도와야겠다고 나온 사람들인데 조롱하면 안 된다”고 적극 감쌌다. 최 의원은 1일엔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부산 기장),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중·남)의 사무실 개소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TK를 넘어 부산·경남(PK)까지 아우르는 모습이다. 최 의원 측은 “한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개소식에 와달라고 요청하는데 안 가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했다.
최 의원의 행보는 기대만큼 뜨지 않는 진박 후보들을 살리기 위한 ‘긴급조치’ 성격이 짙다. 대구 3선 서상기 의원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사위는 던져졌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이제 와 주춤주춤할 수도 없다”고 했다. 노골적인 진박 밀기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실제 최근 박근혜정부 내각·청와대 출신이 주축이 된 대구 지역 예비후보 6명이 ‘국밥집 인증샷’을 공개했을 때 지역에선 반감이 적잖게 일었다. 낙하산 인사들이 ‘진박 놀이’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컸다. 민요 새타령을 개사한 ‘박(朴)타령’이 인터넷에 회자되기도 했다.
대구의 다른 의원은 “6인방이 자기들끼리 모여 진박 인증을 했을 때와 최 의원이 전면에 나선 건 그 의미나 무게감이 다르다”며 “이번엔 여론이 부정적으로만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런 믿음 없이는 이렇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최 의원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뒷다리를 잡지 않았느냐”라고 한 발언은 유 전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꼬집은 말이었다. 두 사람은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17대 때 국회에 들어가 TK를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이 됐다. 한때 같은 친박이었지만 지금은 관계가 소원해진 정치적 라이벌 사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TK 의원들, 대통령 어려울 때 뭐했나”… ‘진박 살리기’ 나선 최경환
입력 2016-01-31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