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 위안부 합의’가 타결 한 달여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 정부가 유엔에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꼼수’를 부리면서 12·28합의 자체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단순 봉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전략적 허점이 드러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일이 위안부의 아픈 역사에 대한 근본적 인식 차이를 갖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지 않은 데서 나오는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31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3월 4일까지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제63차 회의를 앞두고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 답변서에서 일본 정부는 “일본 정부가 확인할 수 있었던 서류 어디에도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forceful taking away)’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31일 입장자료를 내고 “일본군 위안부 동원·모집·이송의 강제성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면서 “12·28합의의 정신과 취지를 훼손하는 언행을 삼가고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합의문의 ‘최종적·불가역적’ 표현을 언급하며 “쌍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일본도 앞으로는 합의를 번복하거나 역행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정부는 ‘12·28합의의 정신을 준수하라’는 수준의 항의 외에는 마땅한 방도가 없다. 일단 강제동원 사실 부정이 12·28합의에 위배되는지 여부부터 한·일 양국 간 입장차가 있다. 합의문에서 일본 측은 ‘군의 관여’와 ‘일본 정부의 책임 표명’만 인정했을 뿐 강제성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다. 일본 측이 ‘정부 차원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며 12·28합의의 정신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릴 여지가 남은 셈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일본 총리의 사죄’ ‘일본 정부 예산을 통한 보상’ 등 각론에 집착하며 합의를 서두르다 정작 큰 그림을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위안부 동원에서 군과 정부의 관여는 인정해도 그것이 강제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부정하는 건 일본 정부의 오랜 입장이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이라고 평가받은 ‘고노 담화’조차도 강제 연행을 전적으로 인정한 건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 18일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서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 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그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이슈분석-“강제동원 증거 없다”… 유엔에 답변서] 日 ‘위안부 합의 정신’ 깨는 변칙 플레이
입력 2016-01-31 22:01 수정 2016-01-31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