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연임을 축하드린다. 한기총의 중점 사업계획을 말해 달라.
“한국교회의 영적 지도력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구한말 개화기 때와 같이 기독교가 사회로부터 지지와 존경을 받을 수 있기를 소원한다. 이를 위해 분열돼 있는 교계를 하나로 만드는 일에 힘쓰고자 한다.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교계 모든 지도자들과 성도들의 바람이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인내하며 교계 연합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산적한 기독교의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앞장서겠다. 동성애와 이슬람의 확산저지, 역사바로세우기, 경제 살리기와 저출산 문제 극복, 북한 핵 폐기, 세월호 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적극 대처할 계획이다. 특히 역사바로세우기는 한국교회가 구한말 개화기에 정치, 교육, 의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역사교과서 내 서술비중이 (타종교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을 시정하고 제자리를 찾기 위한 운동이다. 동성애는 한국의 전통가치나 도덕적·윤리적 기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단, 동성애 확산을 저지한다고 해서 동성애자들을 비난하거나 소외시키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 품을 것이다. 동성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저출산 문제도 매우 심각한 사항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교회 나름대로 2012년부터 출산 장려금을 드리고 있는데 확실히 변화가 있다. 2010년 118명이던 영아부가 지난해 말에는 595명으로 급증했다. 교회별로 이런 노력을 하고 보육·양육시설을 갖춘다면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 낙태를 막아 그 아이들을 국가 혹은 교회가 키우도록 도와준다면 저출산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소외되고 약한 이들을 돌보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아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한기총 소속 교회들을 대상으로 매년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적립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세계복음연맹(WEA) 세계지도자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배경이 있을 것 같다.
“WEA는 1846년 창립됐으며 현재 전 세계에 6억 2000만명의 회원이 있는 최대 기독교연합기구다. 지난해 3월 1일 필리핀의 에프라임 텐데로 감독이 신임 사무총장 겸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텐데로 감독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마닐라로 건너가 WEA와 한기총의 협력관계를 의논했다. 그러던 중 텐데로 감독이 WEA 세계지도자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할 수 있는지 물으며 개최의사를 타진해 이를 수용키로 했다.”
-WEA 세계지도자대회의 참가자들과 그 일정은 어찌 되는지 궁금하다.
“이번 세계지도자대회는 오는 29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복음 안에서의 동역’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전 세계 129개 나라 복음연맹(NAE)의 대표들이 참석한다. 일주일간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회 중에는 환영만찬, 국가조찬기도회 등의 순서도 진행된다. 대회 기간 중 판문점을 방문하는 시간도 있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긴장상태와 북핵 도발의 위험을 알림으로써 전 세계 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기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도 될 것이다.”
-WEA 총회나 세계지도자대회는 그동안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 권에서 주로 열렸는데 이번에 한국에서 개최하게 됐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세계기독교를 움직이는 큰 두 축은 WEA와 세계교회협의회(WCC)로 서구권 지도자들이 두 단체를 이끌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WEA는 필리핀의 텐데로 감독을 대표로 세웠다. 그는 22년간 필리핀의 복음연맹을 이끌어왔다. WEA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인이 세계최대 기독교연합기구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이다. 텐데로 감독은 5년 동안 WEA를 이끌어간다. 텐데로 감독 취임이후 열리는 첫 세계지도자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된 것은 세계 기독교의 중심축이 서구교회에서 아시아교회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얼마 전 한국교회연합은 이번 세계지도자대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세계기독교계의 주요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행사에 한국교회가 모두 함께 협력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내가 부족한 게 많아 모든 분들의 이해와 동의를 얻지 못한 것 같다. 계속 겸손히 협력을 호소하겠다. WEA 세계지도자대회와 관련해 사소한 오해도 생겨나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교계 지도자분들을 모셔서 설명회를 갖고, 모두 함께 귀한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대회는 WEA가 정한 일정에 따라 세계지도자들이 주제를 놓고 회의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다. 총회와는 다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환영 만찬과 원활한 행사 진행 등을 돕는 것일 뿐 이번 대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교회는 단지 한국을 방문하는 전 세계 교회 지도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그들이 남북의 대치상황 및 현실, 세계 선교에 헌신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위상을 보고 돌아갈 수 있도록 협력하면 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도 WEA세계지도자대회에 불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장재형 목사 논란은 그분의 과거 전력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일 뿐 이번 대회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따라서 WEA 세계지도자대회를 위해 한국교회가 기도하고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적대국가인 공산국가 선수들이 방한한다고 해서 올림픽 개최를 반대한다면 세계 여러 나라 앞에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단장협의회는 지난달 13일 신년하례회에서 WEA 세계지도자대회 개최에 협력하기로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세계지도자대회는 교단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치르는 것인가.
“함께 뜻을 모으기로 했으므로 교단장회의가 이번 대회의 개최에 협력하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물론 세부 준비사항이나 예산모금 및 집행 등은 한기총과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교단이 주축이 돼 실무를 담당할 것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하나 됨은 한국교회의 가장 큰 숙원이자 고민거리다. 두 기관의 통합방안은 무엇인가.
“지난 130년간 한국교회는 엄청난 성장을 보이며 세계교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을 보이며 영적 지도력이 실추됐다. 무엇보다 한국기독교 연합기관의 분열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나 되기 위해서는 조건을 먼저 내세우면 안 된다. 내가 잃은 것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통합을 전제로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모든 성도의 염원이다. 우리는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심을 힘써 지키라’(엡 4:3)는 성경의 가르침에 절대 순종해야 한다. 두 기관 사이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해결하고 빠른 시간 안에 하나 됨을 이뤄 한국 기독교회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연합을 이루기를 소원한다.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에게 듣는다] “WEA 세계지도자대회 계기로 한국 교회 위상 높아질 것”
입력 2016-01-31 20:46 수정 2016-01-31 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