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챔피언십] 힘내! 잘했어 ‘골짜기의 반란’은 계속된다… 일본과 결승전, 아쉬운 2대 3 패

입력 2016-01-31 21:07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진성욱이 3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패배가 확정된 뒤 얼굴을 감싸며 그라운드에 앉아 있다. 2-0으로 앞서다 후반 막판 27분을 버티지 못하고 ‘숙적’ 일본에 2대 3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한국은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연합뉴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일까.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세계 최초의 올림픽 8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유종의 미’는 거두지 못했다. 숙적 일본에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하며 방심은 금물이란 말을 몸소 체험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리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에 2대 3으로 역전패 했다. 우승컵을 일본에 내준 한국은 이번 패배로 1992년 이후 이어져 오던 올림픽 최종 예선 무패 행진도 35경기에서 마감했다.

후반 중반까지 2-0으로 앞섰던 터라 패배의 충격이 컸다. ‘축제’가 ‘쇼크’로 바뀌는 데는 단 1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은 권창훈(22·수원)과 진성욱(23·인천)의 골로 2-0으로 앞서갔지만 후반 21분부터 후반 35분까지 내리 3골을 일본에 내주며 무너졌다. 2골을 먼저 넣고 너무 일찍 승리를 확신했던 게 독이 됐다. 문창진(23·포항)이 경기 후 “초반에 2골을 먼저 넣고 ‘이겼구나’라는 생각이 너무 빨리 든 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대표팀은 전체적으로 너무 일찍 들떠 있었다.

이는 후반 수비 불안으로 이어졌다. 대표팀은 5대 0으로 대승을 거뒀던 예맨 전을 제외한 매 경기 후반 수세 속에 경기를 펼쳤다. 이번 대회 치른 6경기에서 후반에만 상대에게 전체 슛의 74.1%를 허용했다. 이날도 한국은 일본의 공격을 전반전 슈팅 단 1개로 틀어막았으나 후반엔 7차례나 허용했다. 공격 축구가 갖는 반작용이기도 하다. 중앙 수비수 송주훈(22·미토 홀리호크)과 연제민(23·수원)은 골 장면에서 모두 상대 공격수를 자유롭게 놔뒀고 마지막 역전골에선 몸싸움에서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와일드카드로 중앙 수비수는 선택 아닌 필수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 감독이 보여준 축구는 분명 파괴력이 있었다. ‘골짜기 세대’란 꼬리표를 확실히 뗄 수 있었던 것도 신 감독의 ‘공격 축구’가 바탕이 됐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보완해야할 게 무엇인지 확실히 배웠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아쉽게 졌지만 지고난 뒤 왜 졌는지 알았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앞서 신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1%라도 방심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걸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일본과의 결승전을 ‘보약이 된 경기’라고 표현하며 “한 번 실수하거나 흔들릴 때 잡아줄 수 있는 수비 선수를 보완하겠다. 리우에 가서 멋지게 복수하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본선에서는 와일드카드를 빼면 엔트리는 15명인만큼 이제 동료들끼리의 경쟁”이라며 “팀에 가서 경기를 뛰지 않으면 대표팀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분발을 당부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