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민원실·밤엔 극장… 洞주민센터의 변신

입력 2016-01-31 22:07
에어컨 실외기가 쌓여있던 공간을 주민휴식공간으로 조성한 성동구 행당1동 주민센터(왼쪽)와 업무가 종료된 후 영화상영과 공연 공간인 '독산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금천구 독산3동 주민센터. 서울시 제공

서울 금천구 독산3동 주민센터는 저녁이면 이따금씩 ‘독산극장’으로 변신한다. 업무가 끝나면 민원데스크 위에 설치한 스크린을 내리고 민원실 현관 쪽 통유리를 개방한다. 음향시설이 설치돼 있어 주민들은 주민센터가 제공한 접이식 의자에 앉아 밖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가 부담스러운 어르신부터 아기 때문에 일반 영화관은 엄두도 내지 못한 젊은 엄마들까지, 누구나 편하게 찾아 영화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된다. 이곳에서는 가끔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영화 상영은 여건상 날씨가 쌀쌀해지기 전인 10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됐지만 문화공간이 부족한 지역주민들에게 독산극장은 새로운 활력이 됐다.

성동구 송정동 주민센터는 업무시간이 끝나면 민원창구에 셔터를 내리고 1층 나머지 공간을 주민에게 개방한다. 응봉동 주민센터는 사용하지 않는 직원식당을 주민카페로 활용하고 있고 성수1가1동 주민센터는 로비의 유휴공간을 북카페로 조성했다. 민원 행정처리 장소에 그쳤던 주민센터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공간개선 사업에 힘입어 주민들의 복지와 소통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공간개선 사업을 통해 주민센터 74곳이 동네 사랑방이자 주민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31일 밝혔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민원·행정 중심이던 기존 주민센터를 기능과 공간 조정을 통해 ‘찾아가는 복지, 주민참여 활성화’ 거점으로 개편하는 사업이다.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 50여명 등 200여명의 건축가가 주민센터 1곳씩을 전담해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전담 건축가는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기획부터 설계, 사후 설계관리까지 주민센터 공간개선 전 과정에 참여한다. 특히 주민센터의 복지기능 강화로 사회복지 인력이 증원되는 변화된 상황에 맞춰 업무공간을 재배치하고 활용도가 낮은 유휴공간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성동·금천구 등 일부 자치구에서 시범 실시한 공간개선 사업을 올해는 17개구 202개 주민센터를 대상으로 추가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13개 자치구, 건축가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함께하는 협약’을 체결한다.

강태웅 시 행정국장은 “동주민센터가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창구에만 그치지 않고 머무르고 싶은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