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지카바이러스의 공포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지구촌을 강타했던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상케 한다.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며 약 1만1300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진정세에 접어들기 무섭게 지카바이러스라는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현지시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선포를 논의한 것은 심각성 때문이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질병이 세계적으로 퍼져 다른 나라의 공중보건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되거나 상황이 예기치 못할 정도로 심각하고 특이해 즉각적·국제적 조치가 필요할 때 국제 보건규정에 따라 WHO가 선포한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해당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여행과 교역, 국경 간 이동이 금지된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지금까지 2009년 신종플루(H1N1) 대유행, 2014년 소아마비,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등 총 세 차례 선포됐다. 비상사태가 처음 선포된 건 2009년 4월 멕시코와 미국 등에서 시작된 신종플루 때문이었다. 당시 신종플루는 졸지에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퍼졌고 발생 두 달 만에 WHO는 1968년 홍콩독감 이후 처음으로 가장 높은 경보 단계인 ‘대유행(pandemic)’을 선포했다. 이듬해 8월에야 WHO가 ‘대유행’ 종료를 선포했다. 1년여 동안 신종플루로 전 세계에서 1만8000여명이 숨졌다.
신종플루 이후 WHO가 비상사태로 선포한 전염병 주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3년부터 파키스탄 카메룬 시리아 등을 중심으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2014년 5월 국제적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그해 8월 또 다시 국제적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비록 WHO 비상사태가 선포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5월 국내에서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퍼져 38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6752명이 격리됐었다.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바이러스 자체는 에볼라나 신종플루만큼 치명적이지 않지만 임산부와 신생아라는 지극히 취약한 집단에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에볼라 발생 당시 최초 희생자가 나온 지 8개월이나 지나 비상사태가 선포됐던 것처럼 이번 지카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이미 중남미 등에서 피해가 극심해진 뒤에야 비상사태가 선포돼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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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주기 갈수록 빨라진다… 에볼라 진정되자 지카가 등장
입력 2016-02-02 04:07 수정 2018-01-22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