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에볼라보다 더 큰 위협 될 수도”… 英 자선재단 대표 주장

입력 2016-01-31 21:14
엘살바도르의 임신부들이 29일(현지시간) 수도 산살바도르의 국립여성병원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최근 여성들에게 2018년까지 임신을 미루라고 권고했으나 기존에 임신한 여성들이 적지 않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에서도 임신부의 감염 사례가 수천건 이상 발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지카(Zika)바이러스가 2014∼15년 서아프리카에서 1만1000명을 숨지게 한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세계 보건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자선재단 웰컴트러스트의 제러미 파라 대표는 “지카바이러스는 특별한 증상도 없고, 테스트 중인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조용히 확산되고 있기에 전염 상황이 파악되는 에볼라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이어 “임신부와 태아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고, 백신 개발과정에서 태아를 상대로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윤리적 논란이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카바이러스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열대지역과 도시를 좋아하는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서식지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라 대표는 이집트숲모기 박멸을 위해 DDT 같은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DDT는 과거 모기 퇴치에 널리 쓰였지만 독성이 강해 지금은 대부분 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런 가운데 발병국인 브라질뿐 아니라 인근 콜롬비아에서도 대규모 지카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콜롬비아 국립보건연구소를 인용해 보도했다. 콜롬비아에서는 현재까지 2만297명이 감염됐으며 이 중 임신부가 2116명이다. 임신부 감염이 1주일 새 배로 늘어났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아직 소두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중미의 과테말라에서도 100여건의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현재 감염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브라질로 150만명이 감염됐고 소두증 사례만 270건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