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 등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배경에는 ‘백인들의 분노’가 거세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백인들은 이민자에 대한 관대한 정책, 건강보험 확대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의 횡포, 수입 및 재산 불평등 등에 분노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이런 것을 허용해 온 정치권에 신물이 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트럼프와 샌더스라는 믿음으로 그 어떤 후보의 지지자들보다 더 ‘열성적인 지지자’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첫 경선이 치러지는 아이오와주에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런 분석이 도출됐다고 30일 전하면서 “백인들의 이런 성향은 경선뿐 아니라 대선 본선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의 5년간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백인 지지층 가운데 잘못된 정책 등을 들어 현 정치권에 분노하는 비율은 41%에 달한다. 이는 5년 전 30%대 초반에 비해 현격히 높아진 수치다. 민주당 백인 지지층 가운데 정치권에 분노하는 비율은 29%로 역시 5년 전 9%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백인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뭔가 달라지기를 원하지만 다른 후보들의 경우 현 정치권에서 ‘기득권자’로 지내왔고, 또 금융가 등과 유착돼 있기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 스스로 재벌이라 정치 기부자들이나 월가에 의해 매수돼 있지 않으며, 샌더스 역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비해 월가와 기부자에 의해 덜 조종되며 무엇보다 기존 워싱턴DC가 만드는 정책과 상반되게 경제 불평등 해소 정책으로 백인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현재 트럼프 지지자 중 52%, 샌더스 지지자 중 30% 이상이 이런 ‘분노’한 유권자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설사 두 후보의 지지세가 꺾여도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쉽게 다른 후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트럼프·샌더스 돌풍은 ‘백인들 분노’ 덕분
입력 2016-02-0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