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겼네! 4년간 1900상자 빼돌린 직원

입력 2016-02-01 04:00

‘2007년에 들어온 대구가 아직도 있네. 누가 가져가도 모르겠는 걸….’

말 그대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한 수산업체에서 창고 입출고 업무를 담당했던 이모(47)씨는 2009년 1월 ‘엉뚱한’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그의 회사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냉동창고에 생선을 보관했다. 5층 규모 창고 안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생선으로 가득했다. 몇 상자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이씨가 ‘시험 삼아’ 대구 77상자(450만원 상당)를 빼돌렸을 때 그 사실을 안 건 이씨 자신뿐이었다.

범행은 점점 대담해졌다. 고등어 80상자를 비롯해 대구, 조기, 임연수어 등 각종 생선을 빼돌려 팔아치우고 돈을 챙겼다. 2012년 1월 생선 재고가 장부와 다른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도 이씨는 태연했다. 직접 재고 조사를 한 뒤 “이상 없다”고 보고했다. 4년간 그가 빼돌린 생선은 1895상자(8245만원)나 됐다.

이씨는 결국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장부 숫자와 실제 재고에 차이가 있는 것에 불과할 뿐 무단 반출한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다른 직원이 생선을 가져가는 건 불가능하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터였고, 앞서 회사를 퇴사하며 ‘생선을 임의로 판매했다. 변제하겠다’는 자필 각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성수제)는 이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 재고관리가 철저하지 않은 점을 이용해 장기간 수산물을 횡령했다”며 “현재도 피해금액을 변제하지 않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