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울리는 ‘열정페이’ 막는다… 고용부, 일경험 수련생 기준·보호 가이드라인

입력 2016-01-31 21:34

정부가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를 근절하기 위해 인턴·실습생 판단 기준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인턴·실습생 같은 일경험 수련생을 교육·훈련 목적 없이 단순 노동력으로 이용할 경우 일반 근로자로 보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키로 했다. 일경험 수련생의 보호를 위해 연장·야간·휴일수련을 금지하고, 수련 기간이 6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1일부터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교육·훈련 없는 인턴은 일반 근로자”=지금까지 일부 기업에서는 인턴·실습생 등을 그 목적과 다르게 교육·훈련 없이 단순 노동력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적은 임금만 주고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는 ‘열정페이’나 한번 뽑아 쓰고 버린다는 뜻의 ‘티슈인턴’ 같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상반기 151개 인턴 고용사업장을 감독한 결과 103곳에서 총 236건의 노동법 위반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고용부는 기업이 인턴·실습생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인턴·실습생 등과 일반 근로자의 구분 기준을 명확히 했다. 인턴·실습생이 일반 근로자와 하는 일에서 차이가 없다면 일반 근로자로 보고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다. 고용부는 우선 ‘인턴’이라는 표현이 실제 근로를 앞둔 수습 근로자를 의미하는 경우도 있어 교육·훈련을 목적으로 일을 경험하는 사람을 ‘일경험 수련생’으로 정의 내렸다.

고용부는 기업이 교육 프로그램 없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특정 시기나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활용하는 경우는 일경험 수련생이 아닌 일반 근로자로 판단하기로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스키장 등에서 성수기에만 사용하는 인턴은 앞으로 더 이상 일경험 수련생이 아니다. 또 교육·훈련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 반복적이어서 처음부터 노동력의 활용에 주된 목적이 있을 때에도 일반 근로자로 본다. 예를 들어 비교적 단순 업무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에서 인턴으로 일할 경우에는 사실상 아르바이트생으로 보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

◇일경험 수련생을 6개월 이상 이용 금지=고용부는 일경험 수련생의 보호를 위한 합리적 운영방안도 권고했다. 일경험 수련생을 상시 근로자의 10% 등 일정비율 이상 모집해서는 안 되며, 6개월을 넘는 일경험 수련은 금지된다. 업무 난이도가 낮은 경우 2개월을 넘겨서도 안 된다.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교육적 효과보다는 노동력 활용의 기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1일 8시간·주 40시간 근무를 지켜야 하며, 연장·야간·휴일수련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위해 담당자를 지정해 수련생을 관리해야 한다. 위험하거나 유해한 훈련은 배제하고, 민간보험 가입 등 적절한 재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식비·교통비·복리후생시설 등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일경험 수련생의 보호 가이드라인은 권고 조항에 불가해 정부가 법적으로 기업에 강제하기 힘들다는 점은 한계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인턴 지원 사업 등으로 현장 곳곳에서 대학생 인턴 활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의 뒷북 기준이 혼선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