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 ‘진박 마케팅’ 부끄럽지 않은가

입력 2016-01-31 17:45
지난 주말부터 대구·경북(TK) 지역의 국회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리면서 이른바 ‘진박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친박 진영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지난 30일 한 ‘진박 예비후보’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대통령이 어려울 때 대구·경북 의원들은 뭐 했느냐”고 현역 TK 의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작심 발언을 했다. 또 “대통령이 지금 발목 잡히는 정도가 아니라 부러질 지경인데 여당, 특히 대구·경북만이라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 진실한 사람이란 바로 그 얘기”라고도 했다.

그의 발언 수위로 봐 진박 마케팅은 친박으로부터 물갈이 대상으로 찍힌 의원들을 제압하려는 최고의 전략임이 틀림없다. 청와대나 정부, 지자체 출신 예비후보들의 ‘진박 연대’가 생기고,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한 상태니 그럴 것이다.

진박 마케팅은 블랙코미디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인 우리 정치를 더욱 왜소화하고 참담하게 만든다. 진박 마케팅은 ‘우리가 알아서 보내니 당신들은 찍기나 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당내 선거라지만 정책이나 비전, 후보들의 생각을 유권자들에게 내보이고 선택을 받는 모양새가 그나마 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냥 대통령을 위해 찍으라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을 보통 낮춰보는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TK 시민들을 그저 아무렇게나 다룰 수 있는 장기판의 졸로 보는가.

진박 마케팅은 수도권 등 TK 이외 지역에서는 냉소를 부른다. 새누리당 소속 수도권 의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다른 지역의 여론이 진박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표가 떨어진다” “창피하다” “TK당인가”라는 반응들이다. 진박 마케팅은 제1당의 선거 전략으로서도 전국의 표를 감안한다면 대단히 부적절하다. 나머지 지역의 표를 밀어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진박 마케팅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한낱 TK라는 계파의 수장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마치 TK 의원들이 대통령의 뜻을 무조건 따르고 충성하는 부류로 치부된다면 그렇지 않겠는가. 이렇게까지 간다면 우리 정치는 더욱 화합하지 못하고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은 유권자를 설득해가며 지지를 얻는 것이지 맹목적 충성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TK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하고 싶으면 먼저 그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지자들에게 다른 후보들을 소개하면서 ‘이 사람들이 이런 장점으로 대통령의 정책을 집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해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진실한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찍으라면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새누리당은 이렇게 조롱받고 정치적으로 열등한 진박 마케팅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