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제1 관문 역할을 하는 인천국제공항이 올해 들어 끊임없는 사건·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연초부터 발생한 수하물 대란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이후 중국인과 베트남인 밀입국 사건이 이어졌다. 보안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폭발물로 위장한 물체가 발견되면서 공항 이용객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사장이 자주 바뀌고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면서 공항 조직의 기강이 완전히 와해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원래부터 인천공항이 품고 있던 구조적인 보안상 문제가 수장의 공석을 계기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국인 여행객의 밀입국은 허술한 관리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지난 29일 발생한 베트남인 밀입국 당시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 스크린도어가 강제로 열렸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은 없었다. 자동출입국심사대 운영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경비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다. 사람의 힘으로 스크린도어가 열린다는 보안상 하자도 이번 사건으로 겨우 드러나게 됐다. 지난 21일 새벽에는 한 중국인 부부가 보안구역을 통과하기까지 보안경비 요원은 범행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근무자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앞서 지난 3일 대규모 수하물 지연 사태도 안일한 근무태도로 인해 벌어진 사고였다. 모터가 망가지고 수하물이 줄줄이 적체됐지만 인력은 처음 장애가 발생한 시각부터 무려 7시간34분이 지나서야 투입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3년간 사장이 임명되고 퇴임하는 절차를 수시로 반복했다. 2013년 2월 이채욱 사장이 물러나고 그해 6월 정창수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임명되기까지 4개월 동안 수장 자리는 공백이었다. 정 사장은 2014년 3월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며 다시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또 7개월간 공백 기간을 거친 뒤 공항 업무에 문외한인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임명됐다. 하지만 박 사장도 지난해 12월 사퇴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만 인천공항공사 사장 자리가 12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셈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인천공항 보안 시스템의 취약점이 최근 사태를 통해 노출된 것일 뿐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공항 보안구역은 인천공항공사와 법무부가 업무를 나눠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국가정보원, 외교부, 경찰청 등 20여개 기관도 상주하면서 관리를 맡고 있지만 이들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다.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제기되는 외주 보안요원들의 문제도 또 불거지고 있다. 인천공항 보안구역은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민간 업체들이 나눠서 담당한다. 이들 대부분이 계약직으로 저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이직률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31일 “인천공항은 최고 수준으로 보안이 유지돼야 하는 국가 중요시설”이라며 “보안체계에 대한 근본적 수술을 단행해야 국제적인 테러 등 더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인천국제공항, 허브 아닌 ‘허술 공항’… 보안시스템 취약·안이한 근무·수시로 바뀌는 낙하산 수장
입력 2016-02-0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