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특파원 ‘막판 혼전’ 현장을 가다] “이메일에 1급 기밀 포함”… 위기 몰린 클린턴

입력 2016-01-31 21:40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오른쪽)이 3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워싱턴고교에서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 임신한 딸 첼시와 유세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3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아이오와대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3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듀부크 공항에 자신의 이름이 쓰인 전용기로 도착한 뒤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3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햄린의 데럴스 플레이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는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선두다툼이 치열하다. 민주당의 선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오차범위 내 혼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 이메일에서 1급 기밀이 포함됐다’는 국무부 발표로 위기에 몰렸다. 공화당의 선두 도널드 트럼프는 2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 오차범위를 약간 벗어나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마지막 TV토론 불참을 계기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각 당의 전당대회에 파견하기 위해 선출하는 선거인단 비중은 전체 선거인단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자가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된 전례가 많아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만큼 각 후보는 가족들까지 동원한 총력전을 펼쳤다.

아이오와의 유력 신문인 디모인리지스터와 블룸버그가 공동 조사해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는 45%의 지지율로 샌더스 후보(42%)를 3% 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가 ±4% 포인트여서 투표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클린턴 후보는 국무장관 시절 사용한 개인 이메일에서 1급 기밀 22건이 발견됐다는 국무부 발표로 타격을 입게 됐다. 클린턴 후보 캠프는 “이메일 발송 당시에는 기밀로 분류되지 않았던 정보들”이라고 해명했지만 개인 이메일을 통해 기밀문서를 주고받지 않았다는 그동안의 주장과 배치돼 논란이다. 공화당에서는 클린턴을 기소해야 한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28%의 지지율로 테드 크루즈 후보(23%)를 5%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오차범위를 살짝 벗어나는 우위다. 하지만 아이오와 유권자들을 ‘멍청이’라고 부른 적이 있는 데다 폭스뉴스의 여성 진행자 메긴 켈리와의 불편한 관계를 이유로 지난 28일 열린 TV토론 불참을 계기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며칠 새 약간 떨어졌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평균 지지율은 최근 5일 새 2.8% 포인트(33.6%→30.8%) 하락했다. 2위 크루즈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3일 새 3% 포인트(27.5%→24.5%) 빠져 1, 2위가 동반 하락했다. 반면 3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지지율은 3.6% 포인트(10.9%→14.5%)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수세에 몰린 클린턴은 임신한 딸 첼시까지 유세전에 동원했다. 첼시는 이날 아이오와주립대 강당에 나타나 “처음으로 엄마의 선거를 지원하게 됐다”며 “엄마가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면 더 많은 여성이 남녀가 평등한 미국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트럼프도 최근 만삭의 딸 이반카를 유세장에 등장시켰다. 트럼프는 지난 28일 디모인의 드레이크대에서 유세 도중 이반카를 소개하면서 “출산이 2주가 채 남지 않았는데 이왕이면 아이오와에서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청중의 함성을 유도했다.

디모인(아이오와)=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