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중앙탕’의 기억

입력 2016-01-31 17:40

현대 사옥을 끼고 들어서면 나오는 서울 종로구 계동길. 그곳엔 오랜 세월을 품고 있을 법한 간판들이 눈에 띈다. 1940년 개원한 ‘최소아과’ 의원, 북촌 최초의 목욕탕인 ‘중앙탕’ 등의 간판이다. 등록문화재 제576호 ‘공간’사옥의 하얀 간판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중앙탕은 지난해 영업을 끝냈다. 공간 사옥도 더 이상 사무실이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욕탕 대신 안경업체의 갤러리가 있고 사무실 책상 대신 미술품들이 있다. 안경업체는 계동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중앙탕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외관은 그대로 둔 채 쇼룸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김수근의 작품인 공간 사옥이 경매로 나오자 이를 구매해 외관은 그대로 두고 미술관으로 사용 중이다.

중앙탕과 공간 사옥은 옛것을 지키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서울을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곳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새로운 한국의 이미지가 성형대국에 있다고 강변하는 듯하다. 오는 4월부터 1년간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미용 성형에 대한 부가가치세도 면세된다. 그에 앞서 이달부터 한 달간 설 연휴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코리아 그랜드 세일도 연다.

최근 인천공항철도 열차 안에서 중국인 여성 관광객들 때문에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들은 열차 안 광고판을 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게 가능해?” “턱이 완전히 달라졌어.” 성형수술 전후 사진이 담긴 성형외과 광고판이었다. 두 여성도 한국의 첫 일정을 강남의 성형외과 방문으로 잡았다. 정부가 중국인 자매에게 보여주고 싶은 한국의 이미지가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텐데 어느덧 그렇게 됐다.

조만간 ‘최소아과’ 의원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투박하게 쓰인 최소아과의 간판과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치장한 성형외과 간판 중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은 한국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서윤경 차장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