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스승’에 퇴직 교사 김주호씨… 제자 주례 사례금 이어 딸 축의금까지 기탁

입력 2016-01-31 20:49

“산에서 나무하며 중학교 입학금 마련했던 옛날 생각이 나서….”

퇴직 교사인 김주호(70·사진) 선생님은 장학사업에 매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충남 홍성의 대평초, 광신초, 광천초등학교 등에서 41년간 교편을 잡고 2008년 퇴직했다. 이후 홍성에서 학교안전지킴이, 청소년 역사탐방 지원, 장학회 운영 등으로 제자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거창하게 장학사업을 벌이는 건 아니다. 푼돈이라도 주머니에 들어올 때마다 장학금으로 쓴다. 200여 차례 제자 결혼식 주례를 했는데 사례금을 받으면 그 제자 이름으로 장학금을 기탁하는 식이다.

딸의 결혼식에 들어온 축의금 3500만원도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김 선생님은 “우리 집이 어려워 중학교 입학금을 마련하려고 1년간 산에서 나무를 했었다. 그래서인지 가정형편에 상처를 입거나 공부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쓰였다”고 말했다.

통학이 불편한 아이들에게는 발이 돼줬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학생을 졸업 때까지 매일 자전거로 통학시킨 이야기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미담이다. 왜소증으로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이 많았던 학생은 가정을 방문해 업어주며 마음을 다독였고 결국 졸업시켰다. 지금도 통학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자가용을 운전하고 있다. 제자들은 “그늘진 곳에 있는 제자들의 주춧돌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제자들은 머리가 희끗해진 뒤에도 김 선생님과 ‘사제의 연’을 이어오고 있다.

교육부는 김 선생님을 2월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교육부는 매달 스승 존경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미담 사례를 발굴해 알리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