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 꿈꾸기보다 개별 교회 특성 살리기 노력을”… 목회컨설팅연구소 김성진 소장의 목회 조언

입력 2016-02-14 18:14 수정 2016-02-14 21:03
김성진 목회컨설팅연구소장은 “담임목사의 본질은 영혼 사랑과 교인 돌봄에 있다”며 “오직 그 일로만 바빠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컨설팅연구소 제공

사전적 의미에서 목사(牧師)는 노회의 안수로 임직을 받아 복음을 전파하고 성례를 거행하며 교회를 치리하는 사람이다. 특히 담임목사는 교인들의 영적 생활 전반을 지도하고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다. 이는 한국교회 정서상 담임목사는 교회의 대표로, 심지어 교회와 동일시 돼온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간혹 불거지는 담임목사의 일탈 행위는 그래서 파장도 크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곧 담임목사의 위기라는 말이 굳어지는 이유다.

16년 전 목회컨설팅연구소를 설립해 교회와 목회자들의 ‘발가숭이’ 현실을 목도해온 김성진(57) 소장은 지난 11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연구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담임목사의 본질은 영혼 사랑과 교인 돌봄에 있다”며 “오직 그 일로만 바빠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컨설팅 해온 교회는 지금까지 360여개. 컨설팅은 단순한 상담 행위가 아니다. 일종의 건강검진이다. 교회와 목회자의 문제점을 분석해 대안을 찾는 게 목적이다. 컨설팅 과정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지역과 목회자 유형 분석,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분석, 대안 제시 등이다. 완전히 새로운 교회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컨설팅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교회가 거의 비슷했다. “85%의 교회가 특성이나 강점이 없이 똑같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역교회라는 존재 자체가 미미해졌습니다. 그 결과는 인프라 좋은 대형교회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겁니다. 교회가 왜 안 되냐고요? 안 되게 하고 있으니까 그런 겁니다.”

이에 대한 김 소장의 처방은 ‘지역교회론’ 회복이었다. 개교회가 ‘각자도생’의 길을 걷지 말고 목회자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개별 교회의 특성을 살려보자는 것이다. 한 지역 안에 여러 교회들이 몰려 있으면서 담임목사들이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그 결과는 ‘외딴 섬’ 교회다. 섬이 된 교회에서 목회자의 인격과 영성은 약해진다. 교회 내 갈등도 심화된다. 이러다보니 복음전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이 같은 현상은 김 소장이 컨설팅과 직간접적 인터뷰에서 확인한 한국 개교회주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김 소장은 교회가 섬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4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째, 투명성 확보다. 자기 목회를 객관화시켜야 한다. 둘째, 목회를 특성화 시켜 장점을 계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주변 교회와 차별화이다. 넷째, 담임목사의 전문화이다. 전도 선교 제자훈련 인격 성품 등 각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에 올라야 한다. 믿음으로 목회한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도와 말씀은 도구다. 영성은 주님의 인격을 닮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목사들은 실력을 기르지도, 노력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유명 세미나와 포럼, 프로그램을 참고하는 것은 좋으나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피하라고 강조했다.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세미나를 자꾸 다니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원리입니다. 원리 대신 프로그램만 이식(移植)하면 결국 똑같은 교회를 양산하게 됩니다. 이는 목회자 자신에게도 득이 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 돌리면 목사는 편해질 수 있는데요. 이건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목사는 고민해야지 뭘 누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목회할 것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고뇌해야 합니다.”

김 소장이 생각하는 이상적 교회 크기는 250∼300명 규모다. 그래야 교인에 대한 멘토링이 가능하다. 여기에 목회자의 자기 훈련과 리더십 개발, 설교의 변화를 도모하고 교인을 세워서 동역화한다면 교회는 확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당장 교인 가정을 돌보며 진정한 목양(牧羊)을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희망의 전환점은 담임목사의 변화입니다. 예배당 짓고 큰 교회 하려고 꿈꾸지 마시고요.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제 성장 패러다임은 끝났습니다. 건강하면 결과는 좋게 나타납니다.”

그는 목회자의 생활 패턴도 바꾸라고 했다. ‘3D’로 말했다. “Difference(다르게 살라). Do it(지금 하라). Development(개발하라)를 해보세요. 하루 8시간 이상 목회 준비 없이는 못 바뀝니다. 적어도 신실한 성도의 생활 패턴과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인들은 새벽기도 끝나고 바로 일하러 가고 야근까지 합니다. 목회자들도 그만큼은 하셔야죠.”

그가 컨설팅에서 발견한 최종 결론은 희망이었다. “정말 좋은 목회자들이 아직 많다는 겁니다. 지금은 드러나지 않지만 2030 년이면 그들이 한국교회를 주도할 겁니다. 역사의 회전은 15년을 주기로 합니다.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000명의 ‘선지자’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성찰이 뛰어나고 전문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들이 뭔가를 주도할 것입니다.”

김 소장은 1988년부터 부목사 생활을 했고, 93년 교회를 개척해 7년 간 목회했다. 2000년부터는 목회컨설팅연구소를 설립해 목회 컨설턴트로서 미래지향적 교회상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담임목사론(論)을 제시한 ‘나는 담임목사입니다(쿰란출판사)’를 펴냈다.

광주=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