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정상기] 중·일 관계의 발전을 바라보며

입력 2016-01-31 17:47

갈등을 빚어온 중·일 관계가 새해 들어 협력의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며칠 전 양국은 주요 경제부처와 중앙은행에 외교부까지 포함한 신경제협의체를 금년 3월에 발족하기로 합의했다. 미·중 간의 연례 안보경제대화와 유사한 동 협의체에서는 양국 간 주요 경제현안뿐만 아니라 역내 및 글로벌한 차원의 각종 경제 이슈에 대해서도 협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일 관계는 2010년 동중국해에서의 마찰과 2012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국유화 조치 이후 급속히 냉각되어 수년간 갈등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양국은 2014년 APEC 회의 시 정상회담 이후 조용히 협력을 모색해 왔다. 중국 정부는 일본과의 각종 채널을 풀가동하고 자국민의 일본 관광을 적극 장려해 왔다. 작년 4월 인도네시아 반둥과 11월 서울 한·중·일 정상회담 및 파리 기후변화 회의 시에도 정상회담이 이어졌고 중단됐던 집권당 및 의회 차원의 교류를 재개키로 하는 등 전향적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중·일 관계의 변화에는 중국 측의 적극성이 더 엿보인다. 중국은 당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의 과도한 미국경사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그동안 댜오위다오를 두고 일본의 실효적 지배에 대한 분쟁화에 성공했다는 중국의 자신감도 깃들어 있다. 일본 또한 안보법제 통과 등 보통국가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어느 정도 완성한 이상 국제무대에서의 역할 증대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한 금년에는 양국이 각각 G7 및 G20 의장국으로서 성공적인 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중·일 간에는 가까운 장래에 해결이 불가능한 이슈들이 많아 앞으로도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일단 양국이 갈등 속에서도 협력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즉 ‘갈등의 연속’에서 앞으로는 ‘갈등과 협력’이라는 ‘신창타이’(뉴 노멀)로 형태가 바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미국 내에서 줄곧 한국의 중국경사론을 제기해 왔고 국제사회에서도 중국 위협론의 진원지였다. 중국 또한 시진핑 주석이 2014 년 7월 방한 시에는 서울대에서 행한 연설에서 한·중이 일본에 공동 대항할 것을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과 일본이 상호 협력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우선 우리는 중·일 관계가 항상 갈등관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 간의 관계에 있어 호감도와 중요도는 별개 문제다. 중국이 우리를 더 좋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을 더 중시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둘째, 중·일 양국 정부의 실사구시적 태도도 시사점을 준다. 양국은 영토나 영해 문제로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에서도 갈등 사안과 협력 사안을 분리 대응해 왔다. 위안부 문제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의 발전을 장담할 수 없고, 향후 한·중 관계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실사구시적 입장에서 중국과 일본 양국과의 관계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중·일 관계 발전에 소외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조화로운 미·중 관계가 바람직스러운 것처럼 평화로운 중·일 관계도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된다. 당장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일 양국 간의 원만한 관계가 필요하다. 경제면에서 중·일 관계가 강화되면 우리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이는 결국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일 양국의 국가적 관심사를 빨리 찾아내 이를 한·중·일 3국 협력의 의제로 설정하고 창조적인 대안 제시를 통해 우리 역할을 확대해가는 것이다.

정상기(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