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단식 무대 주름잡았던 여제 ‘알프스 소녀’ 이제는 복식 여왕

입력 2016-01-29 21:08 수정 2016-01-30 00:14
마르티나 힝기스(왼쪽)와 사니아 미르자가 29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안드레아 흘라바치코바-루시 흐라데츠카 조와의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 힝기스-미르자 조는 2대 0으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1990년대 여자 테니스 단식 무대를 주름잡았던 ‘알프스 소녀’는 20년이 지난 뒤에도 실력만큼은 여전했다. 변한 게 있다면 그녀 옆에 짝이 있다는 것뿐. 여자복식 세계 랭킹 1위엔 여전히 그녀, 마르티나 힝기스(36·스위스)의 이름이 올라 있다.

힝기스는 29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사니아 미르자(30·인도)와 출전해 안드레아 흘라바치코바-루시 흐라데츠카(이상 체코) 조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97년 호주오픈 단식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그랜드슬램 챔피언(16세3개월)이 됐던 힝기스는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 여자복식까지 석권하며 통산 12번째 그랜드슬램 복식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힝기스와 미르자는 경기 초반 안드레아·루시조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에 고전했으나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1세트를 가져오면서 승기를 잡았다. 2세트는 6-3으로 승리하며 1시간 48분간의 대결을 마무리했다. 연승 기록도 36경기로 늘렸다.

20년 전 10대 나이로 혜성처럼 등장해 단식 무대를 휩쓴 힝기스가 복식에 전념한 건 2013년 7월부터다. 2007년 마약인 코카인 대사 물질 검출로 자격정지 2년 징계를 받은 뒤 7년 만에 코트로 돌아온 힝기스는 체력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복식을 택했다. 힝기스의 복식성적은 지난해 3월 미르자와 호흡을 맞추면서 절정에 올랐다. 불과 1년도 안돼 대적할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한 쌍이 됐고 지난 18일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이어 열린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선 세계 랭킹 2위 앤디 머레이(영국)가 밀로스 라오니치(캐나다·14위)를 3대 2(4-6 7-5 6-7 6-4 6-2)로 눌렀다. 이로써 머레이는 결승에 선착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위)와 2년 연속 대회 결승전에서 맞붙게 됐다. 지난해에는 조코비치가 머레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만약 조코비치가 올해도 정상에 오르면 1967년 로이 에머슨(호주)이 세운 호주오픈 최다 우승(6회)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