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46)에게는 ‘3000만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14년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베테랑’ ‘히말라야’까지 영화 세 편의 누적관객이 3000만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가히 황정민의 전성시대라고 불릴 정도다.
하지만 황정민이 직접 연출하고 출연 중인 뮤지컬 ‘오케피’(2015년 12월 18일∼2016년 2월 28일 서울 LG아트센터·사진)의 흥행 성적은 영화계에서 그의 위상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12월은 연말 특수와 맞물려 객석을 채울 수 있었지만 1월로 접어들면서 티켓 판매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오케피’는 최대 50%까지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영화계 흥행보증수표인 그가 뮤지컬계에서는 왜 그런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는 걸까. 우선 뮤지컬 배우로서 황정민이 기존 뮤지컬계 스타급 남자배우들과 비교해 뜨거운 팬덤을 보유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김준수, 조승우, 박효신 등 이른바 뮤지컬계 빅스타들은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팬덤을 앞세워 객석을 바로 매진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은 “황정민은 영화를 통해 높은 대중성을 갖고 있지만 대중에게 소비되는 방식을 볼 때 고가의 뮤지컬 티켓을 사게 할 정도의 상업성은 낮다”면서 “게다가 황정민이 한국 관객들이 선호하는 스타일, 즉 좋아하는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압도적 가창력을 갖지 못한 것도 약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준수나 박효신의 경우 (소속사 등과의 갈등 및 소송으로) 활동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희소성이 높아져서 고가의 티켓을 사게 만드는 상업성을 갖고 있다”며 “조승우는 영화나 무대를 오가며 대중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황정민의 연출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한국 관객들에게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원작을 깔끔하게 풀어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일본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가 쓴 이 작품은 일본 창작뮤지컬 가운데 수작으로 손꼽히지만, 볼거리 많은 쇼 뮤지컬이 대세인 한국에선 지나치게 연극적으로 느껴진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왕실과 귀족, 괴물 등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아니라 뮤지컬 반주를 맡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그린 것도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원종원은 “‘오케피’는 잔잔하고 담담한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연상시킨다. 관객들의 편식이 심한 한국 뮤지컬계에서 보기 드문 참신한 작품이었다”면서 “흥행 부진은 다양성이 부족한 한국 뮤지컬계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장지영 기자
‘3000만 배우’ 황정민, 왜 뮤지컬에선 고전할까
입력 2016-02-01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