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이 29일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라는 깜짝 카드를 던졌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에 이은 것으로, 일본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로 결정했다. 금융정책결정위원 9명 중 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다. 특히 일본은행은 필요하면 금리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시장의 허를 찌른 깜짝 조치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며칠간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결정 가능성을 부인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결정에 대해 ‘충격과 공포(shock-and-awe)’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구로다 총재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2% 물가상승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20여년에 걸친 디플레 탈출을 강조해 온 구로다 총재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 불안 등으로 세계 경제의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의 성격이 짙다.
한편으로는 연간 80조엔(약 803조원)에 이르는 국채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 등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가 잘 먹혀들지 않는 일본 경제의 만만치 않은 수렁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구로다 총재의 의도가 실제로 효과를 거둘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시중은행들이 자금 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이 경우 오히려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법인 등에 대출을 해주며 중앙은행에 부담하는 수수료를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일본은행의 의도대로 돈이 시중으로 많이 풀릴 경우 엔화 약세가 급진전될 수도 있다.
구로다 총재는 아울러 중국과 통화 스와프를 논의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통화 스와프는 체결 당사국 중 일방의 외화 수급이 어려울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그만큼의 외화를 빌려오는 제도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2월 14년 만에 통화 스와프를 중단한 바 있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장기국채 매입 등을 통한 시중자금 공급 규모는 연간 80조엔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연간 매입 규모도 현행 약 3조엔(약 30조원)에서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이날 일본은행 발표로 도쿄증시의 닛케이종합지수 종가는 전날 대비 2.8% 급등했고, 도쿄 외환시장에서의 엔화 가치는 오후 3시21분 현재 달러당 120.8엔대로 떨어졌다.
이번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 교도통신은 “은행 대출 증가와 금리 하락, 엔화 약세 촉진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면서도 “부작용도 커서 디플레이션 탈출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결정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른 시일에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日, 경기부양 위한 ‘극약 처방’… 위험한 도박 될까
입력 2016-01-29 19:45 수정 2016-01-29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