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가항공 잇단 사고가 사소한 과실 때문이라니

입력 2016-01-29 17:42
대형사고는 우연히 또는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다.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된다. 이게 하인리히 법칙이다. 최근 저비용항공사(LCC)의 잦은 사고는 이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기내압력조절 이상으로 급강하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제주항공, 출입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회항한 진에어 사고가 대표적 케이스다. 28일 밤에는 부산에서 괌으로 가려던 에어부산 여객기가 출발 직전 엔진 결함 발견으로 운항이 하루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게다가 이런 사실이 탑승객들에게 뒤늦게 통보돼 30여분을 대기하다 하차한 승객들의 항의를 받는 소동도 벌어졌다. 다행히 결함이 이륙 직전 발견됐기에 망정이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점을 경고한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 제주항공·진에어 사고원인도 조종사와 정비사의 사소한 과실이었다. 제주항공 조종사는 기내 공기 공급장치 스위치를 켜지 않고 이륙했다. 진에어의 경우 출입문 경첩 부품의 결함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 운항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비사와 조종사 모두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쌓이면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 따라서 제때 시정조치를 하는 등 안전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국토부는 LCC 안전강화대책도 내놓았다. 안전운항을 위한 조종사 인력과 대체 항공기를 충분히 갖추지 않으면 운수권 배분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외형적 성장에 상응한 안전투자 미흡, 안전문화 미성숙 등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사실 LCC는 적은 수의 항공기와 조종사로 무리한 운항 스케줄을 짜기 때문에 안전관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2400여만명이었던 LCC 이용객은 올해 3000만명을 초과할 전망이다. 그만큼 LCC 스스로도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