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강팀의 조건은 무엇인가. 엄청난 화력의 용병 공격수를 보유하면 우승할 수 있을까. 한 때 현대캐피탈은 세계 3대 공격수라는 아가메즈(콜롬비아)를 영입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토종 공격수가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9일 현재 남자프로배구 1∼3위에 올라있는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은 각각 송명근, 문성민, 김학민이라는 걸출한 토종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용병과 함께 공격의 한쪽 날개를 책임지며 팀의 선두 경쟁을 이끌고 있다. 송명근의 공격 점유율은 27.3%, 김학민은 24.1%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 물이 오른 문성민은 29.2%에 달한다. 현대캐피탈 용병 오레올(34.6%)에 비해 공격 비중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면 삼성화재가 이들 3개 팀을 추월하는데 힘이 부치는 것은 토종 공격수들의 활약이 저조한 탓이다. 삼성화재 토종 공격수 중 선발 출장이 잦은 류윤식의 점유율은 12.2%, 최귀엽도 11.3%에 불과하다. 이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삼성화재 그로저의 공격 점유율은 무려 45.4%로 7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또 하나 조건은 2단 공격이다. 2단 공격은 리시브가 불안해 다른 선수들이 토스를 해야 하는 경우다. 또 어렵게 상대 공격을 디그해 반격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터 외 다른 선수들이 토스를 하게 됨으로써 공격 성공률은 낮다. 하지만 강팀은 불안한 랠리가 이어질 때도 2단 공격 성공률이 높다.
챔피언결정전 7연패 당시 삼성화재가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2단 공격이 가장 강한 팀이었다. 삼성화재는 평소 훈련 때 일부러 불안정한 토스 상황을 만들어 2단 공격을 집중 연습했다고 한다.
최근 현대캐피탈이 8연승을 달리는 데는 예년에 비해 부쩍 높아진 2단 공격 성공률이 한 몫 했다. 현대캐피탈은 리베로 여오현과 세터 출신 용병 오레올이 세터 버금가는 고급스런 토스로 정평이 나 있다. 현대캐피탈에는 세터가 3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외국인 선수 화력 뛰어난 팀이 강팀?… 토종 공격수 강해야 우승 넘본다
입력 2016-01-29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