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붙이 연장이나 칼날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을 ‘서슬’이라고 합니다. ‘언행이 강하고 날카로운 기세’를 이르기도 하지요.
보통 ‘서슬이 퍼렇다’ 꼴로 쓰이는데, ‘서슬 퍼런 군부의 위세에 눌렸다’ ‘그자는 서슬이 매우 날카로운 칼 하나를 움켜쥐고 있었다’ ‘젊은이라면 마땅히 불의에 맞설 줄 아는 가슴의 서슬이 있어야 한다’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서슬과 관련해 한번 생각해봅니다. 지도자의 특성을 나누면 부하나 참모의 실수, 과오를 단칼에 응징함으로써 본때를 보이는 ‘손자병법’의 손무(孫武)형과 신상필벌 원칙은 지키되 실수, 오판한 이에게 재기 기회를 주고 아랫사람을 각별히 챙기는 ‘오자병법’의 오기(吳起) 같은 형이 있다 하겠습니다.
전자의 경우 서슬 퍼런 기율에 기강이 잡혀 있지만 자칫 아랫사람들이 문책을 두려워해 몸을 사리면서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점이 문제로 보입니다. 오기연저(吳起??, 자식을 대하듯 부하 병졸의 상처 부위 고름을 입으로 빨아 낫게 했다는, 그래서 감복한 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최전선에 나가 싸우다 죽을 게 뻔하다며 그 어미가 목 놓아 울게 했다는 오기 같은 사람은 어떤가요.
늘 얼굴에 서슬만 퍼런 사람보다 화로처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이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퍼런 ‘서슬’보다 따뜻한 화로가 그립다
입력 2016-01-29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