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 마잉주 남중국해 방문… 친중 ‘못 박기’

입력 2016-01-29 00:57
마잉주 대만 총통(오른쪽 두 번째)이 28일 수송기를 타고 중국과 주변국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난사(스프래틀리) 군도 타이핑다오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5월 퇴임하는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자신과 소속 정당인 국민당이 내세운 친중국 노선에 대한 ‘못 박기’를 계속하고 있다. 마 총통은 28일 주변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방문을 강행했다. 그는 이날 대만 공군의 C-130 수송기 편으로 타이베이를 떠나 난사(스프래틀리) 군도 타이핑다오에 도착해 연설했다.

타이핑다오는 대만 남부에 있다. 대만이 1958년부터 실효 지배 중인 타이핑다오는 대만 남부 도시 가오슝에서 1600㎞ 떨어진 0.49㎢ 규모의 소규모 섬으로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자연섬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중국이 매립 공사로 융수자오(피어리 크로스)를 확장하면서 두 번째 큰 섬이 됐다. 타이핑다오에는 200명의 대만 해안경비대 병력과 과학자, 의료진 등이 머물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말 타이핑다오에 3000t급 해군 프리깃함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와 1200m 길이의 활주로 등을 완공했다. 실효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마 총통의 남중국해 방문은 이곳 대부분이 중국 영토라는 중국의 주장에도 힘을 실어주는 행위다. 중국은 1947년 국민당 장제스 정부가 임의로 그은 ‘남해 9단선(nine dash line)’을 기초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난사군도는 자고로 중국의 영토”라며 “양안(중국과 대만) 중국인은 모두 중화민족의 귀중한 자산을 수호할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마 총통의 타이핑다오 방문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긴장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해 왔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베트남과 필리핀도 반발하고 나섰다. 찰스 호세 필리핀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국들은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도 대만에 있는 베트남 경제문화사무소를 통해 “마 총통의 타이핑다오 방문을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차이잉원 총통 당선인은 지난 16일 선거 승리 뒤 유엔 해양법협약을 인용하며 “영유권 문제는 국제법과 항행의 자유 원칙에 의거해야 한다”고 말해 마 총통의 입장과 거리를 뒀다.

마 총통은 차기 총통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난해 11월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66년 만에 첫 양안 정상회담을 했다. 이 또한 대만 독립에 무게를 둔 민진당 소속 차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민당의 친중국 노선이 지속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