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 공개변론] “입법교착 상태 빠뜨려” vs “다수당 횡포 막는 제도”

입력 2016-01-28 21:47
정의화 국회의장이 28일 국회 본청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 발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장우진 정무비서관(오른쪽)과 이민경 부대변인이 정 의장이 대표 발의한 중재안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는 모습.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관들에게 ‘국회선진화법’ 위헌성을 성토했다. ‘폭력국회’를 막기 위해 2012년 개정된 국회법이 되레 국회를 입법교착 상황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피청구인 측에서는 국회법이 다수당의 횡포를 막고 소수당의 입법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피청구인 중 한 명인 정의화 국회의장 측은 위헌논란에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8일 국회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국회법 85조가 규정하고 있는 심사기간 지정(직권상정) 요건이다. 해당 규정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와 합의하는 경우에 한해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간 안에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의장은 안건을 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청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막말로 의원 299명이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자고 하는 경우에도 교섭단체대표 1명의 동의가 없으면 처리가 안 된다”며 “해당 조항은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 등의 직권상정을 요청했지만 정 의장이 교섭단체대표 동의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정 의장 측 김근재 변호사는 “정 의장은 국회법에 부합하는 처분을 했을 뿐”이라며 “해당 조항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정 의장의 처분은 불가피하고 적법하다”고 말했다. 조항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신속처리 안건 지정요건도 도마에 올랐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 최장 33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법 85조의2 1항은 위원회 재적의원 과반수 서명과 5분의 3 이상 찬성을 신속처리 안건 지정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통상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을 요건으로 하는 일반 다수결보다 엄격한 ‘가중 다수결’이다.

여당은 가중 다수결 때문에 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참고인으로 나온 고려대 장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중 다수결은 한정된 사안에 대해 예외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모든 의안에 가중 다수결이 적용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어 위헌”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야당의 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인데, 야당의 끼워 넣기 요구가 많아 정작 중요한 법안은 처리가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피청구인 측은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제도라고 맞받았다. 건국대 홍완식 법전원 교수는 “다수결의 원리는 소수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질적 다수결이 돼야 하며, 헌법은 이 때문에 가중 다수결을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르면 총선 전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