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퇴임하는 마잉주(馬英九·사진) 대만 총통이 자신과 소속 정당인 국민당이 내세운 친중국 노선에 대한 ‘못 박기’를 계속하고 있다.
마 총통은 28일 주변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방문을 강행했다. 그는 이날 대만 공군의 C-130 수송기 편으로 타이베이를 떠나 난사(스프래틀리) 군도 타이핑다오에 도착해 연설했다.
타이핑다오는 대만 남부에 있다. 대만이 1958년부터 실효 지배 중인 타이핑다오는 대만 남부 도시 가오슝에서 1600㎞ 떨어진 0.49㎢ 규모의 소규모 섬으로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자연섬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중국이 매립 공사로 융수자오(피어리 크로스)를 확장하면서 두 번째 큰 섬이 됐다. 타이핑다오에는 200명의 대만 해안경비대 병력과 과학자, 의료진 등이 머물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말 타이핑다오에 3000t급 해군 프리깃함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와 1200m 길이의 활주로 등을 완공했다. 실효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미 국무부는 마 총통의 타이핑다오 방문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긴장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해 왔다.
마 총통의 남중국해 방문은 이곳 대부분이 중국 영토라는 중국의 주장에도 힘을 실어주는 행위다. 중국은 1947년 국민당 장제스 정부가 임의로 그은 ‘남해 9단선(nine dash line)’을 기초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해 왔는데, 마 총통이 민감한 시기에 다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을 자극한 것이다.
그의 방문 소식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베트남과 필리핀도 반발하고 나섰다. 찰스 호세 필리핀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국들은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도 대만에 있는 베트남 경제문화사무소를 통해 “마 총통의 타이핑다오 방문을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차이잉원 총통 당선인은 지난 16일 선거 승리 뒤 유엔 해양법협약을 인용하며 “영유권 문제는 국제법과 항행의 자유 원칙에 의거해야 한다”고 말해 마 총통의 입장과 거리를 뒀다.
마 총통은 차기 총통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난해 11월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66년 만에 첫 양안 정상회담을 했다. 이 또한 대만 독립에 무게를 둔 민진당 소속 차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민당의 친중국 노선이 지속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나가는 마잉주 남중국해 방문… 친중 ‘못 박기’
입력 2016-01-28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