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號, 응답하라 2012

입력 2016-01-29 04:40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28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테크니컬 커미티 훈련장에서 러닝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일본 취재진 3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한 시간 가까운 훈련 장면을 모두 공개했다. 연합뉴스

“한·일전에선 각오가 필요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신태용 한국 올림픽 대표팀 감독)

“한국에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의 패배를 되갚아 주겠다.”(데구라모리 마코토 일본 올림픽 대표팀 감독)

벌써부터 두 사령탑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30일 오후 11시45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은 혈투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올림픽 대표팀 역대 전적에서 6승4무4패로 앞서 있다. 14경기 중 7경기에서 1골 차로 승부가 갈렸다. 한국은 올림픽 예·본선, 아시안게임 등 큰 경기에서 이겼다. 모두 선제골을 넣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한 뒤 8강에서 요르단, 4강에서 카타르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12득점 3실점. 일본은 참가국들 중 유일하게 전승 행진 중이다. 12득점에 2실점했다.

한국은 3골을 넣은 구보 유야(BSC 영보이스)와 이란전 연장에서만 2골을 몰아친 나카지마 쇼야(FC 도쿄)를 경계해야 한다.

두 팀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득점 루트가 다양하고 조직력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승패는 기 싸움과 체력, 집중력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훈련을 일본 언론에 공개하면서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28일 카타르 도하의 테크니컬 커미티 훈련장에서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늘은 더 재미있게 훈련하자”며 근처에 늘어선 기자들을 가리켰다. 일본 취재진 30여명이 몰렸다. 통상 각국 대표팀은 15분간 훈련 앞부분을 공개한 뒤 비공개 훈련으로 전환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신 감독은 두 팀으로 나눠 작은 미니 골대 4개를 세워 놓고 미니게임을 하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한국은 세트플레이 등 전략·전술이 드러나는 훈련은 하지 않았다.

‘신태용호’는 일본전 승리를 위해 ‘홍명보호’의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홍명보 감독은 일본과의 3∼4위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대표팀 미팅 때 일본-멕시코전 영상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정지시키라고 했다. “자, 내일 만약 저렇게 주인 없는 볼의 헤딩 경합 상황이 나오잖아.” 잠시 뜸을 들인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명령했다. “부숴 버려!” ‘홍명보의 아이들’은 일본전에서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으로 일본 선수들을 압도하며 2대 0으로 이겼다.

‘신태용의 아이들’ 역시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거칠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전술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16 시즌을 앞두고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떠나 전북 현대에 합류한 국가대표 김창수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일본 선수들은 한국 팀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면 J리그 경기 때보다 수비를 더 강하게 한다. 예전과 달리 한국 팀을 상대로 몸싸움과 기 싸움에서 안 지려고 애쓰는 것이 보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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