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파괴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산업화와 건강보험 제도 도입에 대한 공로를 긍정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8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비대위 출범 후 첫 공식 외부 일정이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뿐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도 들렀다. 비대위원과 선대위원들이 김 위원장과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전직 대통령들이니 방문한 것이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했지만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고려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2·8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적이 있다. 당시 일부 최고위원들이 참배를 거부해 최고위원들은 문 전 대표와 동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국립묘지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국부의 정의라는 것이 나라를 세운 측면에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결과를 나쁘게 만들었다”며 “초기에 국가를 세우면서 만든 민주주의 원칙을 3선 개헌 등으로 파괴하고 외국에 망명해 돌아가셨기 때문에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말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만큼은 누구도 부인 못 한다”고 했다. 이어 “1977년 도입된 건강보험을 내가 작업해서 도입하고 관철했다. 그때 아무도 이해하지 않았는데 오로지 그걸 실시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분이 박 전 대통령”이라며 “국민이 병이 나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간다는 걱정을 해소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점은 있었던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참배 직후 김 위원장은 첫 비대위원회의를 열고 “비대위라는 특이한 조직을 갖게 된다는 것은 세계 어느 정당사에도 없는 일”이라며 “흐트러진 당을 재정비하고 변모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제시해 4·13총선에서 기필코 승리하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대위는 이번 주말 1박2일 동안 광주를 방문해 국립5·18묘지를 참배하는 등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방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와 권양숙 여사 예방이 예정돼 있다.
비대위원에 임명되지 못해 전날 사퇴까지 거론하며 반발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결국 회의에 참석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국 의결 권한이 없는 ‘옵서버’로 남게 됐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인 것처럼 하겠다고 그러셨다. 당 승리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밝히며 갈등을 애써 봉합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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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8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