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 발생 시 일반공모 청약에 참여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8일 삼성SDS 보유 지분 중 2.05%를 매각했다. 주식 매각은 장 마감 후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이뤄졌고,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매각 주식 수는 158만7000주이며 주식 판매로 이 부회장이 확보한 금액은 약 3800억원(세후 약 3000억원)이다. 이번 주식 매각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지분은 기존 11.25%에서 9.20%로 낮아졌다. 그러나 개인주주 중 최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삼성SDS 지분은 삼성전자가 22.58%, 삼성물산이 17.0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각각 3.90%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나 구조개혁 자금 마련을 위해 삼성SDS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은 이전부터 거론돼 왔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 주요 계열사 중 삼성물산 16.4%, 삼성전자 0.57%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이들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면 삼성SDS의 경우 그룹의 지배구조와 큰 관련이 없고,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율도 높아 주식을 일부 처분해도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7일 “삼성엔지니어링이 발표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분이 발생할 경우 이 부회장이 일반공모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의 공모 참여는 미청약분에 대한 것으로 투자 차익이나 지분 확보 목적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실제 이 부회장이 배정받을 물량은 기존 주주의 미청약 물량 규모와 일반공모 경쟁률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자본잠식 위기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 이재용, SDS 지분 일부 매각
입력 2016-01-28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