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바다로 돌진 아내 익사시킨 남편 ‘집행유예’

입력 2016-01-28 20:53
J씨(49)는 2014년 3월 6일 오후 8시23분 전남 여수에서 자신의 BMW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했다. 조수석에는 동갑인 부인 L씨가 타고 있었다. 그날은 L씨의 생일이었다. J씨는 차 안에 있던 골프채로 창문을 깨고 탈출했지만, L씨는 익사했다. J씨는 119구급대원들에게 구조된 직후 흐느끼며 “아내 좀 구해 달라”고 했다.

그 20분 전쯤까지 부부는 바닷가 근처 식당에서 소주를 함께 마시다 심하게 다퉜다. L씨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J씨는 먼저 자리를 뜬 L씨를 쫓아가 차에 태우고 해변공원 주변을 마구잡이로 달렸다. L씨가 “죽어버리자”고 하자 J씨는 “후회하지 마”라고 답한 뒤 차량을 급가속했다. 모래사장을 그대로 지나쳐 바다로 돌진했다. 그는 차량을 침몰시켜 부인을 죽게 한 혐의(자동차매몰치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은 “미필적으로나마 고의로 자동차를 매몰시킬 의사가 있었다”며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고의가 아닌 과실로 판단했다. J씨가 사고 해변의 수심이 낮다는 걸 알고 있었고, 미리 탈출 장비를 준비하지 않았으며, 22년간의 혼인생활도 파경에 이른 정도는 아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부인을 익사시키고 자신만 빠져나오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J씨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자동차매몰치사 대신 업무상과실치사, 음주운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부부의 자녀들과 처가 쪽 유족들이 선처를 호소한 것도 양형에 반영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원심을 확정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