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모(19)양은 2년 전 교통사고로 입원한 뒤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학교를 그만뒀다. 그 뒤 아르바이트와 봉사활동을 하고 직업 체험도 해봤다.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원양은 여성가족부와의 심층면접에서 “전에는 ‘검정고시 못 따면 어떻게 하지?’ 했는데 따고 나서는 뭘 해서 먹고살지가 고민이에요. ‘이게 안 맞으면 다른 걸 어떻게 찾지?’라는 생각도 들고요”라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56.9%가 학교를 그만둔 걸 후회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지난해 7∼9월 학교 밖 청소년 5130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지난해 시행된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에 의한 첫 공식 실태조사다. 정부는 학교 밖 청소년 규모를 36만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교를 그만둔 걸 후회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수학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해서’와 ‘졸업장을 받지 못해서’가 각각 52.3%로 가장 많았다. 교복을 입지 못해서(51.9%), 친구를 사귈 기회가 줄어서(44.6%), 학생으로서 권리를 누리지 못해서(33.3%) 등이 뒤를 이었다.
소년원, 보호관찰소에 있는 청소년은 평균보다 높은 70.2%가 후회를 나타냈다. 부적응이나 진로 문제, 제도권 교육에 대한 불만 등으로 학교를 관둔 청소년들은 47.6%가 후회했다.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이모(19)양은 심층면접에서 “연령이 다 달라 고3은 저밖에 없거든요. 제가 좋아 대안학교에 들어가긴 했는데 가끔씩 후회할 때도 있었어요. 친구가 없어 외롭기도 하고요”라고 했다.
학교를 그만둔 뒤에 겪는 어려움(복수응답)으로는 주위의 선입견과 무시(42.9%), 진로 찾기의 어려움(28.8%), 부모와의 갈등(26.3%), 일자리 찾기 곤란(19.9%) 등을 꼽았다. 일부 부모는 자녀의 자퇴 사실을 숨기려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모(18)군은 “동생이 (자퇴 사실을) 알면 안 되니까 (엄마가) 아침에 나가 있으라는 얘기도 하고, 나갈 때도 이웃에게 안 들키게 잘 가라고 해요”라고 말했다.
학교를 관둔 이유(복수응답)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27.5%), 공부하기 싫어서(27.2%), 원하는 걸 배우려고(22.3%), 검정고시 준비(15.3%) 등이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라는 것은 부모의 지원이 부족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공부에 대한 동기 부족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의 14.5%는 학교를 관둘 당시 누구와도 상담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55.5%는 아르바이트 등 근로경험이 있다. 다만 근로계약서를 작성(34.8%)하거나 부모 동의서를 제출(45.7%)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학교 밖 청소년의 절반(49.4%)은 정규학교 복학이나 검정고시 준비 등 학업중심의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여가부는 “학업형, 직업형, 은둔·무업형 등 학교 밖 청소년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수학여행 못 가서… 졸업장 못 받아서… ‘학교 밖 청소년’ 절반, 후회하며 산다
입력 2016-01-28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