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홀로코스트 추모일 맞아 아이히만 탄원서 공개… “난 하수인에 불과 살려달라” 호소

입력 2016-01-28 20:14
아돌프 아이히만이 사형되기 이틀 전 이츠하크 벤츠비 당시 이스라엘 대통령 앞으로 보낸 탄원서. 맨 밑에 1962년 5월 29일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EPA연합뉴스
아돌프 아이히만
나치 친위대 장교로 유대인 600만명 학살(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사진)은 사형 직전까지도 “나는 하수인에 불과했다”며 사형 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통령실이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맞아 이날 공개한 아이히만의 탄원서는 자신의 과오에 대한 참회보다는 변명과 애걸로 점철돼 있었다. 사형 집행 이틀 전인 1962년 5월 29일 독일어로 작성된 탄원서에서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법정이 유대인 대학살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과대평가했다”며 “책임 있는 지도자가 아니었던 만큼 스스로 유죄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츠하크 벤츠비 당시 이스라엘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 자신의 형 집행 중단을 지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벤츠비 대통령은 이 같은 사면 요청을 거절했으며 아이히만은 이틀 뒤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계획의 실무 책임자 격이었던 아이히만은 2차대전 후 전범수용소를 탈출해 1950년 아르헨티나로 도피했으나 1960년 5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에게 붙잡혔다. 이후 이스라엘로 비밀 압송된 뒤 재판을 거쳐 1962년 5월 31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