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중재안을 제시했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28일 직접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는 이를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심사하기로 했다. 일단 여야 논의에는 물꼬가 트였는데,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정안의 골자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심사기간을 단축시킨 것이다. 국민 안전에 중대한 침해 또는 국가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초래될 우려가 명백한 안건으로 ‘재적의원 과반이 요구’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돼 있는 지정요건을 완화했다. 또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상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330일에서 75일로 줄였다. 정 의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이 낸 법안이니 여야가 조금 더 존중해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유승민 정두언 김용태 의원 등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국민의당 김동철 황주홍 의원 등 19명이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한 자체 개정안을 잠시 접어두고 정 의장이 낸 개정안 심사에 주력하기로 했다. 심사 마지노선은 설 연휴다. 그전까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자체 개정안이든, 정 의장 안을 반영한 수정안이든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 정 의장 입장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는 얘기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2월 중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된다”고 했다.
더민주도 논의 자체를 거부하진 않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현재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지만 운영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9대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처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논의하기는 어렵고, 20대 국회 때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논의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양당 간 처리 시점을 놓고 이견이 있을 뿐 아니라 서로 손보고 싶어 하는 내용도 달라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직권상정 요건 완화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더민주는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국민의당은 ‘4월 총선 후’를 논의 시점으로 제시했다. 안철수 의원은 “현재 양당 체제에서는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키기 힘들다. 20대 총선 이후 3당 체제가 확립됐을 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양당이 공조하면 더민주가 반대해도 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게 된다.
권지혜 임성수 기자 jhk@kmib.co.kr
정의화 의장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발의
입력 2016-01-28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