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논란은) 허깨비 같은 얘기다. 오늘은 일절 그런 얘기는 안 하겠다.”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는 프랑스 유명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2013’의 라벨 및 원화 공개행사가 열렸다. 라벨을 장식한 주인공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가 이우환(80) 화백이다.
이 화백은 현재 위작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10월 경찰의 모 갤러리 압수수색으로 위작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그가 한국의 공식 석상에 나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와인 행사에 앞서 위작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원색적 표현을 써 가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보르도산 1등급 와인의 하나로 1945년부터 매년 와인 라벨에 당대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을 넣는 와인과 예술을 결합한 마케팅을 해 왔다.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후안 미로, 피카소 , 앤디 워홀 등이 라벨 작업에 참여했다.
이 화백이 제작한 2013년 라벨은 와인색 네모 한 점으로 구성됐다. 이 화백의 대표 시리즈 ‘점으로부터’를 연상시킨다. 줄리앙 드 보마르셰 드 로칠드 대표는 “지난해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이우환 개인전을 보고 감명을 받아 라벨 작업을 제안하게 됐다”며 “그의 작품은 절제, 힘, 명상으로 이끄는 파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로칠드가(家)에서 택한 색은 오렌지색이었다.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 화백이 인쇄 작업이 끝났음에도 수정을 제안해 현재의 와인색 라벨이 탄생했다. 이 화백은 “전통적으로도 한국에서 가장 고귀한 색이 자색”이라며 “캔버스 작업에서는 지난 십수 년 회색 톤이 많았다. 와인 컬러를 쓰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화백은 본인 그림의 위작들이 대거 유통돼 미술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호사에게 물어보라”며 얼굴을 붉히곤 자리를 떠났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이우환, 위작 논란에 “허깨비 같은 얘기”
입력 2016-01-28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