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당시 살고 있던 서울 약수동에 자리한 신일교회를 다녔다. 간혹 우리 집에 구역장님과 성도님들이 오셔서 구역예배를 드리곤 했다. 1960년대 중반 그 시절은 대체로 가난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나는 구역예배를 기다리곤 했다. 당시 우유 먹기가 쉽지 않았는데 미군 부대에 다니던 남자 구역장님이 1000㎖의 종이팩 우유 하나를 오실 때마다 들고 오셨던 것이다.
아버지가 일찍 천국에 가셨기 때문에 홀로 삼남매를 키우는 어머니와 어린 우리를 격려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갖고 오셨던 것 같다. 참 고맙고 지금도 그분의 사랑을 기억하게 된다.
그 이후 살아오면서 특히 목사가 된 후에는 더욱 소자에게 물 한 그릇 대접하는 게 주님께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굳이 되새기지 않더라도, 역시 주는 자가 복이요, 기쁨이라는 것을 체험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작은 것 하나라도 성도나 이웃에게 주고 싶은 심정으로 목회한다. 우리 교회는 매년 이웃에게 사랑의 쌀을 전달하는데 지난 12월은 3500만원 상당의 쌀을 부천시를 통해 나눴다. 아울러 지난 11월에는 독거노인을 위해 사랑의 연탄 6000장을 기증했다. 또 성탄절을 앞두고 보육시설 원생 80여명을 초청해 식사와 다과 그리고 청소년들이 갖고 싶어하는 유명 브랜드의 겨울 파카 한 벌씩을 선물했다. 시설에 있는 자녀들이 학교에 가서 기죽지 않도록 일부러 고급 방한복을 전달한 것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오히려 보람을 느끼고 감사했다.
보육시설 측에서 한 달 후인 지난 12일 우리 교회 루디아선교회원 50여명을 보답의 차원에서 초청해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대접받았다. 아이들 또한 노래와 장기자랑 공연을 통해 기쁘게 해주었다. 받은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고마움을 알고 보답하는 마음이 정말 귀하고 아름다웠다.
지난 21일에는 독거노인과 이웃 어르신 200여명을 초청해 대접했다. 내 부모 모시는 마음으로 회갑잔치 수준으로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다. 어린이들의 재롱잔치를 비롯해 국악, 부채춤, 색소폰 연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흥겹게 해드렸다. 선물도 챙겨 드렸다.
우리 교회 청년대학부에는 스페셜 프로그램이 있다. 주일예배가 끝나면 참석자 전원에게 다양한 먹거리로 대접하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청년들을 배려하고, 그룹 미팅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워주는 행사를 벌써 수년째하고 있다. 200여명이 먹는 이 시간은 한마디로 파티요, 해피타임이다.
젊었을 때 언젠가 미8군 주일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여기선 예배 후에 항상 케이크를 나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100여명이 참석했으니 아마도 엄청 크고 푸짐한 케이크가 나올 거라고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들고 나온 케이크를 보니 정말 손바닥 배 정도였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장난하는가!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작은 케이크를 100개의 슬라이스로 잘라 커피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눠 먹는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니 케이크는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아서 그렇게 한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그 정신이 중요했다. 초대교회처럼 나누는 데 의미를 둔 것이었다. 그렇다. 많고 적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눔과 섬김과 교제인 예수의 정신, 교회의 정신인 것이다.
김경문 순복음중동교회 담임목사
◇약력 △4차원영성포럼 고문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부회장 △필리핀 아나폴라고등학교 교장
[따뜻한 밥 한 끼-김경문] 보육시설 아이들에게 받은 ‘큰’ 대접
입력 2016-01-28 20:51 수정 2016-02-04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