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24일 미국 동부 뉴욕 센트럴파크에 내린 눈은 68.1㎝로 147년 만(1869년)에 두 번째 많은 적설량이었다. 23일에만 내린 66.5㎝는 하루 최고치다.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의 적설량은 74.4㎝였다. 82.3㎝ 내린 2010년 2월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일부 지역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워싱턴 일대는 2003년 1월에도 100년 만의 폭설이라는 눈폭탄을 맞았었다.
공교롭게 역대급 적설량을 기록한 2003년과 2010년 겨울에 워싱턴에 체류했었다. 눈폭풍이 전열을 갖추고 공격하기 전날 밤, 그 음울하고 공포스러운 풍경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슈퍼마켓에 길게 늘어선 ‘생존 대열’에 끼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생존을 위해서 나오지 말라”는 뉴욕 시장의 경고는 예삿말이 아니다.
눈과 아마겟돈(선과 악의 최후 대결)의 합성어인 스노마겟돈(snowmageddon)은 2010년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엄청난 재난이 닥쳤으나 잘 이겨내야 한다는 연설을 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아예 스노포칼립스(snowpocalypse)라고 표현했다. 지구 멸망을 뜻하는 ‘아포칼립스’와 합친 말이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상상력을 압도한다. 그래서 늘 인류 종말과 관련이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동아프리카 특파원이었던 그레이엄 핸콕은 ‘신의 지문: 사라진 문명을 찾아서’라는 저서에서 인류의 첫 고대 문명인 이집트 시대 이전에 더 발달한 초고대 문명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일부 지질학자, 천문학자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중동, 아프리카, 인도, 남아메리카 등 고대 문명지의 공통된 전승 중의 하나가 대홍수나 불, 빙하기에 따른 인류의 멸절이다. 그 이전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미국 국립기상청과 나사는 내달 초에 로스앤젤레스 등 캘리포니아 남부에 역대급 엘니뇨 폭풍우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괜히 표어가 생각난다. “착하게 살자.”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한마당-김명호] 스노마겟돈
입력 2016-01-28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