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교과서 편찬기준 당초 약속한 대로 공개해야

입력 2016-01-28 17:56
중·고교 역사 국정 교과서가 편찬 기준 공개 없이 집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27일 “편찬 기준이 이미 확정됐고 집필이 진행되고 있다”며 “빨리 공개하라는 요청이 있지만 지금은 집필진의 안정적 집필 환경이 더 필요한 상태여서 비공개로 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편찬 기준을 언제 공개할지에 대해서는 국사편찬위원회와 편찬심의위원회 등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공개 자체를 안 하거나 집필이 끝난 뒤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깜깜이 집필진’에 이어 ‘깜깜이 편찬’까지 이어질지 우려된다.

교육 당국은 그동안 편찬 기준을 집필 전에 공개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교과용 도서편찬심의회 심의 과정을 거쳐 이달 말(11월 말)에 (편찬 기준이) 확정되면 별도로 브리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편찬)기준이 만들어지면 수정 작업을 거쳐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런 약속을 어기고 편찬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집필을 시작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당국의 말 바꾸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집필진 공개를 천명해놓고 지난해 11월 대표집필자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불명예 사퇴를 이유로 교과서가 완성되는 오는 11월까지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는 편찬 기준과 집필진 공개에 관한 내용은 없다. 하지만 편찬 단계부터 집필진과 편찬 기준을 밝히는 것은 관례다. 특히 국정 교과서의 경우 단일한 해석을 가진 하나의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이므로 편찬 기준을 공개해 다양한 학설상의 차이와 사회적 쟁점이 되는 문제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누누이 지적하지만 논란 많았던 국정 교과서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좋은 품질의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생명이다. 이제라도 편찬 기준과 집필진을 공개해 “집필부터 발행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해 국민이 직접 검증한, 국민이 만든 교과서를 개발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검증받지 않은 역사 교과서’를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